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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의 `돌이키지못한 실수'

Smart Lee 2011. 8. 18. 06:47

반기문 사무총장의 `돌이키지못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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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청사에서 환담 중인 자승 스님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부부

 

지난 6월 재선된 뒤 국빈 자격으로 지난 9일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0일 반 총장을 만난 직후 반 총장과 나눈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반 총장은 10일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방문한 이후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청사로 자승 스님을 만나 30분간 환담했다. 10분간은 공개 면담, 20분간은 비공개 만남이었다.

 

반 총장은 공개 면담 시간에 “유엔의 3대 목표가 평화 안보, 안정 개발, 인권보호인데 이를 위해서는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유엔은 종교 지도자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불교계가 인류 평화에 기여해달라”고 부탁했다.

 

반 총장은 이어 “최근 극단주의자들이 나오고 있고 각국의 관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불교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신도도 많으므로 작게는 한반도의 평화, 크게는 인류 평화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교계에선 반 총장을 불자로 여기고, 그에 대해 남다른 정을 내보이고 있다. 반 총장과 자승 스님의 공식적인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승 스님이 지난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도 유엔을 찾아 반 총장과 환담을 나눴다. 뉴욕을 찾는 전세계 국가원수들이 유엔 방문을 빼놓는 법이 없기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은 각나라의 국가원수와 외교관들을 만나느라 잠시도 짬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 국가원수들에게 할애되는 면담 시간도 대부분이 5~10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자승 스님을 만나서는 예정된 면담 시간을 훌쩍 넘겨 30분이 넘었는데, 당시 반 총장은 할 이야기가 많은 듯 30여분 내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 자승 스님이 준비한 이야기는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반 총장이 자승 스님에게 해 준 이야기가 공무원이 돼 첫 월급을 받은 날 조계사로 찾아가 보시한 내용이었다. 그 때만 해도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지금과 달리 직접 월급봉투를 받았는데, 첫 월급을 받았으니 부처님께 감사를 표하기 위해 조계사 대웅전에 갔는데, 속주머니 봉투 속에서 천원짜리를 꺼낸다는게 5천원짜리가 나와서 도로 집어넣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5천원을 보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반 총장이 공무원 초임으로 받은 돈은 2만여원이어서, 5천원은 월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반 총장이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털어놓자 자승 스님은 때마침 동석했던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에게 “지금이라도 4천원은 돌려드려라”고 농담으로 화답하자, 토진 스님이 “그 4천원을 아끼지 않아서, 4천만이 응원해 이렇게 유엔 사무총장까지 된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번째 만남인 10일 환담에선 반 총장이 2008년 10월 네팔 남부에 있는 불교 성지인 룸비니를 방문한 일이 화제가 되었다.  반 총장은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방문을 회상하며 “첫 번째 성역화 공사를 한 뒤 관리를 안 하고 방치해 엉망이 돼서 가슴이 아팠다”며 “내년에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함께 룸비니를 다시 한번 방문할 계획이므로 다녀 와서 원장스님을 한 번 더 찾아뵙겠다”고 약속했고, 자승 스님은 “가능하다면 그때 동행하겠다”고 답했다.
 

(2011-08-12 조현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