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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과 구슬

Smart Lee 2009. 10. 5. 17:32

       이슬과 구슬 

 

                                                                                                           김태관 논설위원

 

                                              “사람을 어떻게 가릴 수 있겠는가.

아침에는 진짜인 것 같더니 저녁에는 가짜이니.”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탄식이다.

인물을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당 현종 10년에 강주로 좌천돼 가면서 백거이는 남의 속을 알거나,

남에게 인정받기는 지극히 힘들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서 그는 “옥은 사흘만 불에 넣어보면 알 수 있지만,

인재는 7년은 족히 기다려야 가릴 수 있다”고 한탄한다.



옥과 석은 눈으로 구별할 수 있지만 사람은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여씨춘추> 논인(論人)편의 지적이다. “인간의 겉은 다 같지만 지혜는 각기 다르다. 똑똑한 이가 있는가 하면 못난 이도 있다. 그러나 저마다 교묘한 말로써 자신을 옹호한다. 그래서 어리석은 군주는 판단을 그르친다.” 사람을 보는 눈이 흐리면 돌이 보석으로, 무딘 검이 천하의 명검으로 보인다. 인재를 가리는 방법으로 <여씨춘추>는 이른바 ‘팔관육험법(八觀六驗法)’을 제시한다. 2000여년 전의 인물감별법이지만 오늘날에도 참고할 게 많다.

 

여덟가지 살필 점은 다음과 같다.
1, 잘나갈 때 어떤 사람을 존중하는가.
2,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쓰는가.
3, 부유할 때 어떤 사람을 돌보는가.
4, 남의 말을 들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
5, 한가할 때 무엇을 즐기는가.
6, 친해진 뒤 무슨 말을 털어놓는가.
7, 좌절했을 때 지조가 꺾이는가.
8, 가난할 때 무엇을 하지 않는가.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여씨춘추>는 이외에도 여섯가지시험해보라고 권한다. 

기쁘게, 슬프게, 성나게, 즐겁게, 두렵게, 힘들게 만들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숨은 성격은 없는지 등을 체크하라는 것이다. 한비자 같은 이는 한술 더떠 황당한 말을 하거나, 반대쪽 주장을 펴 상대를 떠보라고까지 주문한다.

위선과 위악이라는 겹겹의 가면을 쓴 인간들 사이에서 인재를 판별하기란 이처럼 어렵다.

인사청문회장이 도덕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어쩌다가 법을 어겼다는 변명도 들리고, 그쯤은 큰 흠이 아니라는 변호도 들린다. “반딧불이가 빛을 낸다지만 불은 아니며, 연꽃에 이슬이 맺혔다지만 구슬은 아니잖은가.” 백거이의 시다.

이슬과 구슬을 가리는 것은 차라리 사치스럽다.

자갈도 보석이라는 억지가 귀를 어지럽히는 요즘이니 말이다.

                                                <김태관 논설위원>

 

                                         (09-10-04 펀매니저 김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