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 팽창주의 문제

안중근 의사 추모…'차분하고 지속적으로'

Smart Lee 2013. 3. 26. 19:40

안중근 의사 추모…'차분하고 지속적으로'

평화애호사상 전파·후손 지원에 구슬땀 

 

안중근 의사 순국 103주년을 맞아 26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추모 행사는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과 사상을 나누는데 초첨을 맞춰 진행됐다.

안 의사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일제에 의해 처형된 뤼순(旅順)감옥이 있는 다롄에서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그동안 국내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며 '형식'을 중시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기념일에만 일회성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것보다는 안 의사가 생전에 염원했던 평화사상과 애국애족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차분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올해는 추모식 규모를 줄이는 대신 현지 유학생과 한국국제학교 재학생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회를 마련했다.

강사로 나선 유병호 다롄대 한국한연구원장은 안 의사의 생애와 당시 시대상황, 업적을 상세하게 전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21세기 아시아 평화비전'이라는 강연을 통해 "시대를 앞선 안 의사의 탁월한 평화사상은 전 세계가 군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안 의사의 정신을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롄 한인회는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 의사의 사상을 주제로 한 글짓기 대회를 열고 오는 5월에는 웅변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신헌 다롄 한국인회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안 의사의 위국헌신, 애국애족, 동양평화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의 희망인 우리 젊은이들이 안 의사가 그토록 갈구했던 평화를 함께 꿈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안 의사의 후손을 돕는 손길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다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낙인 찍혀 40년간 옥살이를 했던 안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 안노길(101) 할머니는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한국 기업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0년부터 안 할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고 일년에 한번씩 필요한 가구와 가전제품 등도 사드리고 있다.

하얼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모임인 '하사모'도 할머니를 돕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안 할머니를 돌보는 최선옥(76·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원장) 수녀는 "우리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이 단순히 금전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할머니의 거처를 방문해 가족처럼 대하는 것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면서 "이런 정성이 모인 탓인지 고령으로 청력이 안좋은 것을 제외하면 할머니가 연세에 비해 건강하고 기억력도 좋으신 편"이라고 말했다.

안 할머니는 17살의 나이에 헤이룽장성 하이룬현에서 안 의사의 사촌 동생 홍근(洪根)씨의 3남 무생(武生)씨와 결혼했지만 14년 만에 일제의 앞잡이에 의해 남편을 잃고 홀로 됐다.

이후 삯 바느질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태극기와 안 의사의 초상화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며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는데 발 벗고 나섰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1958년 안 할머니는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체포돼 네이멍구(內蒙古)의 노동교화 감옥농장 등을 전전하며 40년 간 옥고를 치르다 1998년에야 풀려나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2013-03-26 다롄=연합뉴스 신민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