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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경협 재도약 시동…정상회담서 협력기반 구축

Smart Lee 2016. 9. 6. 09:59

한러 경협 재도약 시동…정상회담서 협력기반 구축

한-러 정상 대화
한-러 정상 대화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번 양자 회담은 한미 양국이 지난 7월 8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공세를 강화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된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다. 2016.9.3 srbaek@yna.co.kr

 

양국 교역 최근 성장세 주춤…경협 파트너십 강화로 재점화 추진

 

 박근혜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협 파트너십을 강화함에 따라 최근 답보상태였던 양국 무역과 투자가 재도약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행사에서 "양국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교역규모 확대의 여지가 크며 자동차와 에너지 등에 집중된 교역품목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2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는 그간 진행된 한국과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간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연구에 대해 "EAEU와 한국 간에 FTA가 체결된다면 유라시아 경제통합이 촉진돼 극동개발이 더욱 활력을 갖고, 개발의 혜택 또한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와 교역·투자, 농업, 수산, 보건의료 분야 등을 중심으로 24건(경제 분야 21건 포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블라디보스토크 수산냉동창고, 캄차트카 주립병원 건설, 하바롭스크 폐기물 처리시설 등 총 3억9천500만달러(약 4천412억원) 규모의 극동지역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거나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경협 확대를 위한 토대가 여러 분야에서 마련된 셈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1990년 수교 이후 정상 외교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교역규모를 확대해왔다. 수교 초기 연 1억9천만달러에 그쳤던 양국 무역은 지난해 159억9천만달러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극동 지역 개발을 위한 정책이 양국에서 나란히 추진되고 있어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양국 무역과 투자는 최근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러시아 수출은 46억9천만달러로 전년보다 53.7% 감소했으며, 수입도 113억1천만달러로 전년보다 27.8% 줄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뤄지면서 현지 경기가 침체했고 원유 가격이 하락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조연설하는 박근혜 대통령
기조연설하는 박근혜 대통령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전체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9.3 leesh@yna.co.kr

 

또 우리나라의 수출 가운데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등 일부 품목 편중 현상이 심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러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도 2009년 연 4억3천만달러까지 확대했지만 2011년 이후 연 1억달러 내외 수준으로 정체됐다.

특히 한·러의 대표 경협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 양국 경협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무역협회는 러시아 연방상의와, 코트라(KOTRA)는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각각 협력 MOU를 맺고 무역, 투자 정보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 사업 발굴 등의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양국 산업부도 '산업협력 MOU'를 체결하고 산업혁신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산업협력과 무역 원활화 방안 등을 협의해 가기로 했다. 기존 한·러 산업협력위원회를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이 위원회를 통해 협력분야를 구체화하면서 관련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발간한 보고서 '러시아 극동지역 경제개발에 주목하라'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신규 사업 협력 논의와 중단된 주요 협력사업의 재점화를 추진함으로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연도별 교역 현황(단위 : 억달러, 한국무역협회 자료)

구 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수 출 41.9 77.6 103.0 111.0 111.5 101.3 46.9
수 입 57.9 99.0 108.5 113.5 115.0 156.7 113.1
총교역량 99.8 176.6 211.6 224.5 226.4 258.0 160.0
무역수지 -15.9 -21.4 -5.5 -2.6 -3.5 -55.4 -66.2

 

cool@yna.co.kr

 

(2016-09-03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사드 파국 피한 한러정상, 경협·북핵 연계에 주파수 맞아"

 

한러 정상회담 전문가 분석


 

국내 한-러시아 관계 전문가는 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경제협력과 북핵 공조를 연계하는 접근법에 두 정상의 주파수가 맞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가 반대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최소한 외형상으로는 큰 파열음을 내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양 정상의 실용적 접근에 따른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은 한-러 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박대통령은 경협 확대를 통한 양국의 국익 증대와 신뢰 증대가 북핵 공조로 이어지는 접근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 러시아에게는 북핵 문제보다는 한국과의 경협이 우선 순위에서 앞서기 때문에 이번에 경협을 매개로 양국 정상의 주파수가 적당하게 잘 맞은 것 같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4∼5일·중국 항저우), 동아시아정상회의(EAS·7∼8일·라오스 비엔티안)와 이들 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 및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런 선상에서 보면 우리가 러시아와는 (사드 및 북핵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선제적으로 관리를 잘 했다고 본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입지를 마련하는데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안전판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유럽·아프리카 연구부장

 

한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1차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를 넓히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성과를 냈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합의된 남북러 삼각협력과 한러 양국간 경협이 우크라이나 사태(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와 북핵 문제로 인해 중단되거나 정체된 상태였지만 이번에 재점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는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거론했을 것이다. 푸틴 입장에서는 중국이 선두에서 사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굳이 사드를 둘러싼 한러간 이견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한러간의 경협을 보다 더 활성화하는 쪽에 푸틴의 관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2016-09-04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연합시론> 중·러 정상과의 사드소통, 대북공조 강화로 이어지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로 이동한 박 대통령이 5일 가질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는 초미의 관심이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 이후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의 중국 입장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은 과거 어떤 양자 정상회담보다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이미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충돌했고, "중국의 전략적 안전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아마도 우리 측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라는 박 대통령 언급대로 이 문제는 우리 국민의 생명 및 국가 안보와 직결된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작년 9월 우리 정부가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어렵게 결정한 것은 양국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중국이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 못지않게 우리들의 안보 우려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사드배치 결정에 무조건 반대할 순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없어진다면 사드 배치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포함해 서로의 우려와 입장을 양국이 허심탄회하게 경청하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해법을 마련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회담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대북공조가 흔들리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시 주석의 책임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