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리더쉽에 대한 연구

드라마로 배우는 리더쉽 II - '선덕여왕'

Smart Lee 2009. 7. 8. 14:00

 
 

드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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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2009년 5월 25일 첫 회 방송 시청률 16%(TNS 미디어코리아), 3회째에 20%, 6회째에 25.2%, 6월 중순 현재 8회째에는 30%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선덕여왕이 바로 그것이다. 신라의 화랑 및 신라 귀족층의 사생활을 매우 자세하게 기록한 김대문의 필사본 <화랑세기>에 근거한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으로서의 삶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과 2003년 드라마 ‘대장금’의 작가로 유명한 김영현 작가의 상상과 허구의 복합산출물이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조는 신라 27대왕(재위 632 ~ 647)인 선덕여왕의 출생을 둘러싼 왕권쟁탈과 신라화랑도집단의 인물들간의 권력과 암투, 그리고 최초의 삼국통일(고구려, 백제, 신라)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역사적으로 선덕여왕 시대에는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진흥왕 시절에 신라가 나제동맹을 깨뜨리고 한강 하류 지역을 점령한 것을 계기로 백제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게 되었고 선덕여왕 시기에는 고구려의 침공까지 이어졌다. 더욱이 고구려, 백제에 맞서 신라의 유일한 활로였던 당나라마저 여왕이라는 이유로 선덕여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였고 647년에는 신라시대 최고위층(상대등)이었던 비담(미실과 진지왕의 아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선덕여왕은 재위 기간 동안 대내외의 끊임없는 위협과 압력 속에서도 어질고 총명하게 국가를 이끌어갔던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이었다.

미실의

선덕여왕(덕만)의 리더십을 이해하기 전에 이 드라마에서 초반부터 등장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미실’이라는 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자주 등장하는 미실(550년경 ~???)은 경국지색의 미색과 지략을 가지고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들을 남편 또는 정부로 두고 진흥왕 때부터 진평왕 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의 아들을 이용하여 왕실을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자신이 모시던 왕, 남편, 부하, 심지어 자신이 낳은 아들도 그녀에게는 오로지 최고권력에 오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지략과 모사에 능수능란하며 뛰어난 미모로 선대왕을 비롯하여 숱한 남성권력자들을 이용하며 자신의 야망을 추구한다. 또한“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실수를 하지요. 하지만 내 사람은 아닙니다.”라며 부하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처단하는 비정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로마의 네로황제,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북한의 김일성 등과 같이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부하와 주변인물들을 이용하는 독재적 카리스마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미실의 캐릭터는 팜므 파탈로도 표현할 수 있다. 원래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19세기 말부터 문학과 예술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대표적 모티프로써 흔히‘요부’라 불리는 여성을 지칭한다. 저항할 수 없는 관능적 매력과 신비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통해 남성들을 종속시킬 뿐만 아니라 치명적 불행을 야기시키는 여성들에 대한 총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21세기로 오면서 적극적, 능동적, 주도적인 역학을 하는 활동적인 여성들로 그려진다. 드라마에서 미실은 성적 매력과 미모를 주로 앞세워 남성들을 유혹하던 구시대적인 팜므 파탈이 아니라, 성적매력과 지적, 사회적 능력으로 무장하여 남성들과 함께 시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진화된 팜므 파탈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심리특성에 따른 유형으로 본다면, 미실은 자기도취형 리더(Narcissistic leader)로 구분할 수 있다. 원래 나르시시즘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수선화(水仙花, 나르키소스)가 된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연관지어 189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가 만든 말이다. 나르시스트는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뜻한다. 드라마에서 미실은 외부에 대한 잠재공격성과 지신의 자리, 권력 보존에 특히 강한 집념을 보인다.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도 황후가 아닌 것이 싫습니다. 이제 저는 황후가 될 것입니다.”라는 그녀의 대사는 이 같은 특성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런 유형의 리더에게는 특히 공격적인 잠재본능이 많아서 역사를 휘두르거나 기업조직의 창시자가 되는 전형적인 독재형 리더(Autocratic leader)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주몽]에서의 대소왕자, [태왕사신기]의 연호개처럼 [선덕여왕]에서의 미실은 악과 권력의 암투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며, 선과 위대한 대의를 추구하는 이상형 리더인 덕만과 대비되는 동시에 덕만을 빛나게 하는 존재이다.

덕만(선덕여왕)의

미실과는 반대로 덕만(선덕여왕)의 경우 부하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보살피며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생애를 바칠 수 있는 이상형 리더이기도 하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선덕여왕의 대사인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아닌 신라를 택했습니다.”라는 대사가 바로 이상형 리더의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호가 성조황고(聖祖皇姑), 시호는 선덕, 본명이 휘(諱) 덕만(德曼)인 선덕여왕이다. ‘어출쌍생이면 성골남진(임금에게서 쌍둥이가 나오면, 성골 남자의 씨가 마를 것이다)’이라는 신라황실의 예언때문에 극적인 상황에 놓인 덕만은 아버지 진평왕으로 인해 신라를 떠나게 되고 진평왕의 하녀 소화에 의해 양육된다. 덕만은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과 8대 풍월주인 화랑 국선 문노에 의해서 보호받으며 중국 타클라마칸이라는 이역만리에서 성장한다. 덕만은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남과 동시에 대표적인 영웅들의 삶에 항상 배경으로 등장하는 역경과 고난을 딛고 성장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회가 거듭될수록 자신이 태어난 나라인 계림(당시 신라)으로 무대를 옮기고 드라마의 중심에 서서히 다가선다. 이 드라마에서는 덕만의 말과 행동에서 장차 한 나라의 왕이 될 만한 당연성과 필연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8회까지 나타난 그녀의 리더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먼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덕만의 총명함과 비범함을 언급하는 내용이 빈번히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는 덕만 공주가 당나라 태종이 보낸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음을 보고 모란꽃에 향기가 없다고 예측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삼국유사>에는 여왕으로 즉위한 덕만이 옥문지라는 연못에서 개구리가 떼를 지어 우는 것을 보고 백제군이 여근곡에 숨어있음을 미리 간파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15세의 어린 덕만이 책을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책을 통해 바깥 세계와의 소통을 하고 학습을 함으로써 지식과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혜를 겸비하는 준비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정분야나 특정상황에 대한 지식이나 해결방안을 가지고 있는 리더는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구성원으로부터 존경과 권위를 부여 받고 리더로서 인정을 받기가 훨씬 쉽다. 아주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한 대가로 얻기 어려운 역서를 요구하며 지식을 쌓아가는 덕만은 학습인 그 자체로서 빛이 난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처럼 덕만은 어렸을 때부터 한 나라의 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지혜와 지식)을 충분히 겸비했던 것이다.

2.

둘째, 덕만은 자신의 계획이 어긋남으로 인해 볼모로 잡힌 지인들과 엄마를 위해 양제후 앞에서“저만 죽이시면 된다구요!!!”라고 외치며 희생을 자처한다. 물론 순간적인 재치와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한 것이기도 하지만 덕만의 이 한마디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하는 리더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게다가 청룡익도와 용화향도(덕만이 속한 화랑)간의 진성비재(진검으로 승부하는 겨루기)를 앞두고 덕만에게 맨 마지막에 출전하라고 명령하는 김유신에게 “정말 잔인하십니다. 저 보러 제 앞에서 화랑들이 죽는 것을 다 보고 마지막에 나가서 싸우라는 말씀입니까? 차라리 제가 첫 번째로 나가서 싸우다 죽겠습니다.”라고 솔선수범과 희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리더의 자기희생(self-sacrificial)은 구성원들에게 리더에 대한 만족과 존경, 리더로서 인정, 그리고 구성원으로 하여금 조직에 대한 몰입과 희생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리더십행위이다. 자기희생의 리더십을 때로는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혼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구성원들보다 업무를 더 많이 하거나 힘든 일을 자처하고, 보상을 받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 또는 마땅히 행할 권리를 포기하는 등이 대표적인 자기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의 만덕은 어리지만, 이러한 희생적인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이 감동하고 그의 존재를 점차 인정하고 따르는 것을 볼 수 있다.

 

3.

셋째, 덕만은 “백성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황제가 될 시간도 없다고 했습니다.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군주가 진정한 황제입니다.”라는 말로 현재 자신의 앞에 있는 절대권력자에게 직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백성의 마음(민심)을 헤아리고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조선의 세종대왕이 그랬고,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그랬다. 구성원을 향한 열린 마음과 경청을 통해 소통하려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가장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듣는 사람이 잘 리드할 수 있다. 조직이나 개인의 목표달성을 위해 부하를, 구성원을, 심지어 상사까지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덕만은 경청을 잘 하는 소통(communication)의 리더라 할만하다.

4.

넷째, 덕만은 사람도, 일도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행동한다.

우연히 만난 친언니 천명과 난민촌에 끌려가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일 때 오랜 가뭄에 시달린 난민들에게 비를 내리게 해줄 것이라는 임기응변으로 일단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는 하늘과 자신을 키우다가 사막에서 죽음을 당한 엄마(진평왕의 하녀 소화)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사흘을 꼬박 제사를 올린다. 친언니인 천명은 그런 덕만이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상황이 더욱 절박해지고 현실이 암울해지자 덕만의 그런 무모한 행위를 응원할 뿐이다.

약속한 사흘 안에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덕만은 자신이 난민촌에서 왜 죽으면 안 되는지,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호소하고 그런 덕만에게 진심으로 감동한 난민촌장은“(덕만에게)너는 가도 좋다”라는 허락을 한다. 덕만과 함께 자신도 보내달라는 천명에게 촌장은“너는 무얼 했느냐? 저 아이가 살려고 무슨 짓이라도 할 동안 너는 무엇을 했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았느냐?”라고 힐난한다. 덕만도 자신에게 매달리는 천명에게 “그렇게 살고 싶었어? 그럼 뭐라도 하지 그랬어?”라는 한 마디 말을 던진다. 행동하지 않는 리더에게는 먹이감도, 영광도, 그리고 리더십도 없다. 다만 핑계와 추함만이 있을 뿐이다. 이 사건은 덕만의 행동하는 리더(leader-in-action)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5.

다섯째, 덕만은 무엇이든 긍정적이며 즐겁고 유쾌하다.

다가가기에 어렵거나 불편하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숙함을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엄숙하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꿈도 있다. 그래서 빛이 난다. 친언니인 천명이 김유신에게 덕만에 대해 “ 그 아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아이다. 이겨내지 못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는다. 한없이 부족할 것이나, 전장에서 그 아이는 강할 것이다. 전장에서 살아온다면 (그 아이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라고 한다. 이는 타인이 인식한 덕만의 긍정의 리더십과 그러한 긍정의 리더십이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잘 보여주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덕만의 존재에 대해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김유신이 용화향도의 숙소에 오자 출전을 앞두고 덕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과거의 성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화랑들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참에 보여주자고. 유신랑한테도, 10화랑에게도 보여주자고. 뭐 어려워? (별거 아닌 듯이)훈련처럼만 하고 살아 돌아오면 될 거 아니야?” 그러자 김유신은 “그래, 훈련처럼만 하거라. 그러면 살 것이니…”라며 화랑들을 독려하고 덕만의 긍정적인 리더십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리더가 우울하거나 비관적이면 그 조직은 얼마 가지 않아서 우울하고 비관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구성원이 리더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려워하는 조직일수록 리더는 구성원에 대한 귀와 마음이 멀어지고 둔감해진다. 리더가 긍정의 효과나 피그말리옹 효과(Pygmalion effect)를 전파하는 메신저(희망의 배달부)가 되면 조직의 성과도 향상되는 이치다. 리더의 친숙함과 순수함, 그리고 긍정의 모습은 이들을 따르는 부하들로 하여금 저절로 존경과 헌신을 하게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이런 면에서 덕만은 그 누구보다도 긍정적이고 친절하며(friendliness) 겸손하게(humbleness) 행동한다. 즉 긍정적인 꿈을 제시하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이끄는 리더인 것이다.

6.

마지막으로 덕만은 사람을 키우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라고 하는 그녀의 대사가 말해주듯이 리더의 가장 큰 역할, 즉 부하의 선발, 육성과 개발, 그리고 또 다른 리더로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수퍼 리더십을 발휘한다. 선덕여왕은 역사적으로 정치와 군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훗날 삼국통일의 주역을 담당한 김유신과 김춘추를 발탁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통합하여 통일신라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탁월한 활약을 했던 김춘추는 폐위된 진지왕의 외손자로써 선덕여왕과는 친자매인 천명공주와 용춘공의 아들이다.

김유신은 원래 금관가야계 후손으로써 서라벌 귀족들에게 배척 받던 비주류였지만 선덕여왕의 재위 시절 숱한 전쟁에서 전공을 세우며 선덕여왕의 후원 아래 군사적 실권을 장악한다. 김유신의 누이동생 문희가 김춘추의 아이를 임신했어도 부름을 받지 못하자 김유신은 동생 문희를 태워 죽인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선덕여왕이 김춘추를 불러 문희를 아내로 맞아들이라고 명령하여 겉으로는 김춘추와 문희를 맺어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춘추와 김유신을 맺어줌으로써 선덕여왕이 훗날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리더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구성원을 리더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승진과 성과향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또 다른 리더로 성장하여 정복하지 않은 영역을 스스로 확장하도록 이끌어주는 존재여야 한다.

결론

유행하는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인간과 조직이 드라마의 직접, 간접적인 배경이 될 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주변인물로 등장하며 사건과 연결되어 진행된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소설(fiction)이고 허구(虛構)지만 거짓이라기 보다는 사실이나 실제에 근거해서 작가가 개인적인 상상과 아이디어 또는 시대적인 욕구나 바램을 덧붙여 탄생시킨 창조물이다. 또한 사전제작 시스템이 아니라 촬영 및 제작이 병행되는 시스템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경우 특히 시청률과 더불어 시청자의 의견이 쉽게 반영될 수 있다. 유행하는 드라마를 보면 당대의 주류나 패러다임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는 진리와 교훈을 가르쳐주는 사극 드라마에는 작가만의 리더상이 아닌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리더, 그리고 어리석거나 악한 리더와 바람직하고 좋은 리더가 항상 등장한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2009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바라는 조직(영리와 비영리, 공공기업과 사기업 모든 조직을 포함함)의 리더상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언제나 사람들은 위대한 리더를 열망한다. 서양의 기독교에서 몇 천 년 동안 바라오던 구원자적인 리더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시대마다 상황에 따라 어진 왕(성군)이나 리더를 바란다. 그것은 보호받고 싶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안정의 욕구와도 관련이 깊다. 그런데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제보다 이상화되거나 과장되기도 쉽다. 리더가 마치 마법이나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리더에게서만 찾으려는 이런 경향을 리더십 로맨스(Romans of Leadership)라고 한다. 이는 위대한 리더가 나타나면 모든 문제와 갈등이 해결되고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라고 할 수 있다(단, 리더에 대한 사람들의 로맨스는 뜨거운 만큼이나 갑자기 차갑게 변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 편의 사극드라마에, 그것도 위대한 리더가 등장하는 이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근거가 없다 할지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지며 정의가 이긴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믿음을 가지고 자신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비전을 가지게 하는 리더를 갈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드라마에 나타난 삶의 역경과 고난을 스스로 극복하고 개척하는 주도적인 인물을 벤치마킹하여 또 한 명의 위대한 리더가 되기를 소망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드라마(사극이건 현대극이건)에 나타나는 훌륭한 리더의 모습은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없어도, 적어도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리더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09-07-02 SERI.Org 펀경영연구소 펀매니저 김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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