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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음악적 성공, 세계사 유례없는 일”

Smart Lee 2011. 10. 30. 18:18

“한국인 음악적 성공, 세계사 유례없는 일”

 

벨기에 공영방송, 한국 음악인의 `불가사의' 캔다
1시간짜리 프로그램 제작, 유럽 전역에 방영 예정

 

"한국인 음악가들이 국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취하고 있는 대대적 성공은 세계 음악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음악 고문 티에리 로로(53)씨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사람들은 이를 `불가사의'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RTBF는 이 `불가사의'의 배경을 캐는 1시간짜리 TV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할 예정이다.

제작진을 이끌고 31일 서울에 도착하는 로로 고문은 "근년 들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경이로웠다"고 밝혔다.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그는 지난 이십여 년간 이 콩쿠르는 물론 벨기에와 유럽 전역 주요 음악 공연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의 촬영ㆍ방영을 지휘해 왔다.

로로 고문에 따르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차 예선 진출자 중 한국인이 23.7%였고 이 가운데 4명이 결선에 올랐다. 2010년엔 1차 진출자의 29%가 한국인이었고 5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총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절반에 육박한 것이다. 2년마다 열리는 작곡 부문에선 올해까지 2회 연속 한국인이 우승했다. 3년마다 열리는 성악 부문에선 지난 5월 소프라노 홍혜란이 우승했다. 성악 부문 역대 우승자 가운데 동양인은 처음이었다.

또 지난 7월1일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남녀 성악 부문에서도 한국인이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피아노 부문에서 2, 3위에, 바이올린 부문에서 3위에 오르는 등 5명이 한꺼번에 입상했다.

"한국 음악인들이 마치 산사태처럼 몰려 와 유럽 음악계를 휩쓸자 많은 사람이 이를 불가사의라고 부르며 내게 그 배경을 물어 왔고 나도 궁금했다."
그는 매년 또는 2-3년마다 열리는 세계 주요 국제 클래식 경연대회(콩쿠르) 50여 개의 지난 수십년 간 예선과 결선 진출자, 분야별 우승자의 국적을 조사했다. 결과를 보고 더욱 놀랐다. 1995년 이전엔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은 극소수였는데 2009년엔 51명이 결선에 진출했고 이 가운데 8명이 우승했다. 1998년부터 16년 동안 모두 378명이 결선에 진출했고 60명이 1등을 차지했다. 다른 나라들을 압도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이뤄진 경이로운 변화였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의 음악계나 관련 전문지조차 발표한 일이 없다. 로로 고문이 처음 한 것이다. 조사 결과를 그래프나 표와 함께 작성한 내용 중엔 흥미로운 대목들도 있다. 예컨대 한국인이 결선 진출 또는 우승한 분야 중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3부문이 90%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11월 7일까지 머물며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과 학부모, 선생들을 두루 만나볼 예정이다. 한국 음악도들이 가장 많이 유학을 가는 독일도 방문해 취재한다. 프랑스와 벨기에 음악인들과 현지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한국 음악가들도 취재 대상이다.

그는 한국 교육의 성취뿐만 아니라 문제점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선입견 없이 취재하고 자신의 판단보다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전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부터 따져 총 제작기간이 1년인 이 프로그램은 내년 5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행사 때 방영된다. RTBF 등 벨기에 방송뿐아니라 유럽의 예술 전문 방송인 아르테(ARTE) 등을 통해 유럽 전역 시청자에게도 소개된다. 그는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한국 음악인들의 성공을 더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로 고문은 지난해 충북 제천 국제영화음악제에 자신의 음악영화 작품이 초청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그때 이후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며 웃었다.

 

(2011-10-30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