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철학 그리고 명상의 공간

교황 퇴위에 놀란 세계…"존중하고 존경"

Smart Lee 2013. 2. 28. 16:30

교황 퇴위에 놀란 세계…"존중하고 존경"

"뒷일을 잘 부탁하네"
(AP/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연합뉴스)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이달 28일 퇴위하겠다고 11일(현지시간) 바티칸 추기경 회의에서 전격 발표했다. 교황(왼쪽)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단장과 포옹하고 있다(사진). 교황은 이날 "신 앞에서 나의 양심을 거듭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내 기력이 더는 교황직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퇴위 결심 이유를 밝혔다. 교황의 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 12세 이후 598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19일 78세의 나이로 265대 교황에 선출됐었다.   marshal@yna.co.kr

갑작스런 퇴위에 아쉬움, 교황 결정 높이 평가

'성직자 성추문' 대책에 비판 목소리도

세계 각국과 종교계 지도자들은 11일(현지시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전격적인 퇴위 발표를 놀랍게 받아들이면서 교황에 대한 존경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퇴위를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미국 국민을 대신해 감사와 기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내 미셸과 함께 2009년 교황을 만났던 일을 따뜻하게 기억하고 있다면서 "미셸과 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聖下)께 감사와 기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 최고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교황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최고의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네딕토 16세가 재위하는 동안 유대인과 이슬람 교도에게까지 (종교의 폭을) 넓혔다며 "그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종교 사상가 중 한 분이며 또한 그런 분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영국과 교황청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뒤 "수많은 사람이 영적인 지도자로서 베네딕토 16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무거운 마음으로 교황의 퇴위 결정 소식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그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웰비 대주교는 언행이 일치하고 기도와 예배에 전적으로 헌신적이었던 교황의 삶에 대해 하느님에게 감사를 표시한 뒤 베네딕토 16세를 축복해 줄 것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의 퇴위결정을 '대단히 존경할 만한' 행동으로 평가하며 "결정을 내린 교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나, 이달 말로 교황 그만둘까 하오"
(AP/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연합뉴스) 교황 베네딕토 16세(왼편 위쪽 단상 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추기경 회의에서 오는 28일 퇴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교황은 "신 앞에서 나의 양심을 거듭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내 기력이 더는 교황직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퇴위결심 이유를 밝혔다. 교황 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 12세 이후 598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19일 78세의 나이로 265대 교황에 선출됐었다. marshal@yna.co.kr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교황이 특별한 용기를 보여줬다고 강조했고, 목사인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도 교황의 결정은 큰 용기와 자기 성찰을 요구했다고 평가했다.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멕시코 정부는 연대와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으며 멕시코 가톨릭 주교회의도 교황의 퇴위 결정이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존중의 태도를 보였다.

쿠바의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매우 겸손하고 고귀한 강의라고 평하며 "교황은 가톨릭 교회를 통치하기에 약하고 지쳤다는 것을 전 세계에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사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랍비 대표인 요나 메츠제르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스라엘과 교황청 관계 강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종교간 이해활동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해왔다고 치하하며 교황의 퇴위 결정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메츠제르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지구상에 있는 반(反)유대주의를 감소시키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며 교황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특히 재임 동안 잇따라 불거졌던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문 사건 처리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아일랜드에 있는 아동학대 피해자 단체 대표인 존 켈리는 "교황이 약속은 많이 했지만 실행에 옮긴 것은 없었다"며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호주의 '성직자 성학대 생존자 네트워크(SNAP)'는 성명을 내 교황은 아동 성폭행 성직자들의 테러 시대를 중단시키기 위해 한 것이라곤 거의 없다고 비난했다.

 

 

(2013-02-12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베네딕토 16세 교황, 누구인가

 

기독교적 가치회복 추구…'리더십' 부족 평가도
1991년 뇌졸중 이후 후유증 시달려

 베네딕토 16세(85)에게는 265대 교황으로서 재직 중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에 맞서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주창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으로 가톨릭의 현대화를 가로막았고, 교황청의 개혁을 이끌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그는 11일(현지시간) 고령에 따른 직무수행의 어려움을 들어 사임을 발표함으로써 교황 임기를 7년 9개월여 만에 마감했다. 교황이 재임 중 물러난 것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에 이어 598년 만이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취임했다.

선출 당시 나이가 78살로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에 등장한 최고령 교황이자 역사상 여덟 번째 독일인 교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고령에 뇌졸중 병력까지 있어 선출 당시부터 건강에 대한 우려가 따랐다.

주변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1991년 8월 첫 뇌졸중을 일으킨 이후 심한 현기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교황에 선출되기 이전 은퇴를 계획하던 중이었으며 교황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이 당시를 회고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발간된 인터뷰 저서인 '세상의 빛'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또 영적으로 교황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혀 장차 자진 퇴위의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로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 마르크트 암인에서 경찰관이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5살 때 뮌헨 대주교의 붉은 복장을 처음 본 뒤 가톨릭 성직을 동경하면서 성장했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신학 박사로서 1960년대에는 독일 프라이징 신학대와 튀빙겐대학 등에서 신학을 강의했다.

그에게는 소신이 강한 학자이자 유능한 행정가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교황청에서 24년간 고위직을 거쳤다.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불어, 영어, 스페인어 등 10개국 언어에 능통하며 21세기 유럽 최고 지성의 신학자라는 칭송도 따른다.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즐겨 칠 정도로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임 중 선진국에서 퍼져가는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의 풍조를 막으려면 유럽이 먼저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 등에 반대했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이 같은 보수적 성향으로 '신(神)의 로트바일러(독일산 맹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교회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취임 이후 바오로 6세 이후 폐지했던 교황의 의상을 다시 착용했다.

청년 시절 나치 조직에 가입한 전력으로 사상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재임 중에는 사제들의 과거 아동 성추행 추문 때문에 여러 차례 사과하는 등 곤욕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문서 유출 파문으로 교황청 내부의 비리가 폭로되고 개인 집사까지 체포되면서 권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교황청 내부 고위 성직자의 부패와 성 추문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신앙과 과학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현대 과학에 대한 맹신의 위험성은 경계했다.

2011년에는 교황으로서 처음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의 직원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작년 12월에는 트위터 계정도 개설한 바 있다.

2010년에는 바티칸 은행의 투명성을 높이려고 자체 금융감독기구를 신설하고, 돈세탁과 테러 자금 유입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카리스마와 자주 비교됐다.

바티칸 전문가인 존 앨런은 "교황이 아니었다면 요한 바오로 2세는 영화배우가, 베네딕토 16세는 교수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2-02-12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교황의 마지막 작별 인사

 

[앵커멘트]

오늘 사임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런던에서 류충섭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바티칸베드로 광장에 가톨릭 신자와 일반인 15만 명이 모였습니다.

퇴임을 앞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마지막으로 일반에 모습을 보이는 알현식입니다.

교황이 주재하는 알현식은 겨울에는 바티칸 홀 안에서 열리지만, 마지막 행사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높아 야외에서 열렸습니다.

[인터뷰:마리아 루이사 페조타, 가톨릭 신자]

"마지막 메시지를 전할 교황 때문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인터뷰:가톨릭 신자]

"교황이 사임을 결정했을 때 매우 슬펐습니다. 이제 그를 다시 볼 수 있어 편안합니다."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이동차를 타고 교황이 나타나자 수많은 군중이 연호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연설에서 재위 기간은 기쁨과 영광의 순간이었지만 파도가 울렁이는 바다와 같은 고난의 시간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사임 결정은 영혼의 깊은 고요함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를 존중해준 신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녹취:베네딕토 16세, 교황]

"많은 기도 끝에 내린 제 결정은 신의 뜻에 대한 믿음과 교회에 대한 깊은 사랑의 과실입니다. 기도를 통해 교회에 계속 봉사하겠습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는 애초 일정보다 앞당겨진 다음달초 열릴 수 있다고 교황청은 밝혀 새 교황 후보군도 곧 드러날 전망입니다.

런던에서 YTN 류충섭입니다.

(2013-02-28  YTN)


교황의 마지막 모습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27일(이하 현지 시간) 바티칸베드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마지막 일반 알현을 통해 수만 명의 신도와 관광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1일 고령으로 인해 업무 수행이 어려워 2월 28일 자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재임 중인 교황이 선종이 아닌 다른 이유로 퇴위하는 것은 지난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Alessandro Bianchi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교황의 마지막 모습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2013-02-28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