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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에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

Smart Lee 2013. 3. 14. 11:19

새 교황에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

새 교황에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AP=연합뉴스)

교황명 프란치스코…사상 첫 미주대륙 출신 교황 탄생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천282년만에 처음이다. 또한 새 교황은 가톨릭 교회 2천년 사상 첫 미주 대륙 출신이다.

교황 선출은 전날 개막한 이번 콘클라베에서 5번째 투표 만에 이뤄졌다.

새 교황 선출은 265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른 것이다.

새 교황은 교황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새 교황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즉위명을 선택한 것은 그가 청빈한 삶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1534년 로욜라가 설립한 수도회 예수회에서 배출된 첫 교황이다.

예수회가 영성 수련과 헌신을 생활 태도로 삼는 점 또한 즉위명과 부합한다.

시스티나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마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새 교황이 14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으로서 첫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고, 그의 즉위미사는 오는 19일 열린다고 밝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에서 "좋은 저녁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환호하는 10만여 명의 신도들에게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어가 섞인 라틴어로 "여러분이 알듯이 콘클라베는 로마에 주교를 앉히는 것이다. 동료 추기경들이 나를 찾기 위해 다른 세상의 끝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고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새 교황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위해 기도했다.

바티칸 관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교황에게 전화해 며칠 안으로 찾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게 된 새 교황은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대주교를 맡고 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성직 기간 대부분을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교회를 돌보는 목자로서 활동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이어진 아르헨티나의 독재를 옹호했다는 가톨릭 교회의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받는다.

애초 교황 유력 후보군에 전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아 그의 교황 선출은 의외라는 것이 이탈리아 현지와 세계 언론의 반응이다.

가톨릭 전문가들은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들이 젊고 활동적인 사람보다 연륜을 갖추고 겸손하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가진 인물이 교황에 적합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풀이했다.

프란치스코는 대주교 자리에 있으면서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손수 요리를 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빈민가를 자주 방문했다.

전문가들은 또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했던 2005년 콘클라베 당시 프란치스코가 최종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며, 예상보다 쉽게 끝난 이번 콘클라베를 통해 새 교황이 많은 추기경들로부터 여전히 신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홍순 주교황청 한국 대사는 "예상보다 빨리 새 교황이 선출됐다"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분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수만 명의 신자들과 관광객들은 이날 저녁 콘클라베가 열린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환호를 질렀고, 이어 성당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그래픽> '프란치스코 1세' 교황 선출까지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 '프란치스코 1세' 교황 선출까지 시간대별 상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새 교황은 교황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아르헨티나인들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라틴 아메리카 가톨릭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축구영웅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에 비유하며 '아르헨티나 최대의 경사'로 표현했다.

가톨릭이 국교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체 인구 약 4천만명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70%를 넘는다.

또 전세계 가톨릭 신자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한편 교황청은 흰 연기의 재료로 염소산칼륨에 젖당과 송진이 혼합된 물질을 썼으며, 검은 연기를 내기 위해서는 과염소산칼륨과 콜타르 추출물인 안트라센, 그리고 황을 섞어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2013-03-14 바티칸시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바티칸의 선택..非유럽권 교황 선출 배경은?

 

새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1세는 예상 밖의 인물이라 놀라움을 안겨줬다.

◇프란치스코 1세 교황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전체 115명의 추기경 중 과반인 77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교황으로 추대됐으며 프란치스코 1세를 즉위명으로 정했다.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19일 열린다.

콘클라베 소집 전 교황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은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과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피터 덕슨 추기경이었다. 이에 세간은 첫 흑인 교황의 탄생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 역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이탈리아인 교황의 복귀를 바라기도 했다.

지난 1978년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와 2005년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에 오르며 이탈리아는 400년 넘게 지켜오던 교황 자리를 내줬다.

1억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브라질 역시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 추기경의 선출을 기대했으나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 유명 베팅업체인 윌리엄힐이 25배의 배당률을 제시했던 것도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선출을 예상치 못했음을 반영한다.

조 크릴리 윌러엄힐 대변인은 "교황 선출 결과는 매우 놀랍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프란치스코 1세의 선출이 아주 놀라운 것은 아니란 의견을 냈다. 지난 콘클라베 당시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누적 총 득표수 2위를 차지한 인물이 프란치스코 1세이기 때문이다.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베네딕토 16세가 유럽 출신의 마지막 교황이 될 것"이라며 "차기 교황은 유럽 이외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교황 선출 결과는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에 대한 개혁 요구와 현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베드로 광장에서 콘클라베 결과를 지켜본 아르헨티나의 한 학생은 "교황 선출 결과는 매우 놀랍다"며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 온 자리에서 놀라움과 기쁨을 안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한편 각국 지도자들은 프란치스코 1세에게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 교황 프란치스코 1세에게 행운을 빈다"며 "최초의 미주 출신 교황은 이 지역의 힘과 활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제 마누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교황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교황과 가톨릭 교회가 평화와 인간 존엄의 가치를 지키고 증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역시 축하의 뜻과 함께 "세계의 서로 다른 종교가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2013-03-14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교황선출> 프란치스코 1세는 누구?

 

프란치스코 1세입니다

프란치스코 1세입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나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천282년만에 처음이며 미주 대륙에서는 가톨릭 교회 2천년 사상 처음으로 교황을 배출했다.   bulls@yna.co.kr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76)은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2005년 콘클라베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베네딕토 16세에 교황 자리를 내줬던 그는 8년 만에 소집된 회의에서 추기경단의 폭넓은 지지로 교황 자리에 올랐다.

사상 최초의 예수회(Jesuits) 출신 교황이자 미주 출신 첫 교황이라는 점에서 바티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는 1534년 창립 이후 교황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그동안 교황을 배출하지 못했다.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생활을 실천해온 그는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 청빈한 생활로 잘 알려졌다.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베네딕토 후임 프란치스코 1세
베네딕토 후임 프란치스코 1세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이 13일(현지시간) 제 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천282년만에 처음이며 미주 대륙에서는 가톨릭 교회 2천년 사상 첫 교황이 탄생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4월18일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때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던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모습. bulls@yna.co.kr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으며 산미겔 산호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나서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다.

 

30대 시절 수도사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70년대 후반까지 아르헨티나 지방을 돌며 사목 활동을 했으며, 1980년에는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의 원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올랐으며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2013-03-14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교황선출> 교황 배출한 예수회는 어떤 수도단체?

13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의 취임으로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은 새 교황으로 선출돼 1534년 예수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배출한 교황이 됐다.

 

예수회는 가톨릭교회 내의 수도회로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등과 결성했다. 수도회의 목적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회원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의 구원을 전심전력으로 추구하는 데 있다. 영성 수련을 통한 자기 헌신을 생활 태도로 표방한다.

 

1540년에 정식 수도회 조직으로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로욜라가 초대 총장을 지냈다.

예수회는 새로운 수도회 정신을 앞세우면서 개신교에 맞서 전 세계로 포교 무대를 확장했다. 18세기 말에는 반(反) 교회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예수회에 대한 금지 및 추방 조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아시아에는 1542년 프란시스 사비에르가 포교 활동을 위해 인도를 거쳐 일본에 건너온 것을 계기로 전파됐다.

세계 100여개국에 226개의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을 설립했으며, 4천여 개의 중·고교와 기타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954년에 진출해 서강대와 광주가톨릭대 등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3-03-14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교황선출> 한국천주교 환영 "교황명 '프란치스코' 의미깊어"

한국 천주교는 13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새 교황에 아르헨티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이 선출됐다는 소식에 잇따라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14일 교황 선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새 교황이 우리 교회가 세상에 사랑과 일치, 진리와 희망, 빛과 기쁨을 가져오는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이끌어주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이날 오전 명동대성당에서 새벽미사를 주례하고 새 교황 선출의 기쁨을 신자들과 함께했다.

153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교황을 배출한 예수회의 한국관구 조인영 홍보국장 신부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예수회 배출을 떠나) 새 교황이 선출된 것 자체로 이미 기쁘다"며 "교회 한 일원으로서 같은 수도회 추기경이 전체 보편 교회를 이끌고 가게 돼 축하하고 같이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명으로 가난한 자를 위한 삶과 청빈을 강조한 성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에 기대의 목소리가 높다.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를 이끌며 빈민 구호에 앞장서 온 박문수 신부는 "프란치스코를 선택한 것은 반갑고 의미가 깊다"면서 "물질 중심의 개발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이미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홍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평협) 회장은 "프란치스코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가난의 영성을 살다간 성인의 정신을 따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환영했다.

최 회장은 "물질 만능 세태에서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교회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다"면서 "그런 세상을 구현하는 중심점이 돼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3-03-14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