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로맨스 행복했나요"
이정현 "마음을 얻는 외교의 결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부인 아니 밤방 유도요노 여사의 '러브 스토리'는 한국이 그 무대가 됐다. 아니 여사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워보니 전 대사다. (본지 10월 11일자 4면) 이런 인연으로 1970년대 후반 아니 여사가 2년간 한국에서 생활했고, 연인이던 유도요노 대통령은 아니 여사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오른쪽)과 기념식수 후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운데는 아니 밤방 유도요노 영부인. [자카르타=최승식 기자]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빈만찬에 앞서 유도요노 대통령 부부와 따로 환담하면서 이들 부부의 '한국의 추억'을 화제로 꺼냈다. 박 대통령이 먼저 "한국에서의 로맨스가 행복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도요노 대통령은 "당시 한국 국민의 역동성과 자립의지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을 닮아라'라는 장인어른의 말씀이 마음 깊이 남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아내가 당시 한국에서 워낙 편지를 많이 보내와 설악산과 판문점을 가보지도 않았지만 마치 가본 것 같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유도요노 대통령의 장남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들었는데 온 가족이 한국과 인연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훈훈한 분위기는 이례적인 기념식수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유도요노 대통령 부부와 함께 대통령궁(이스타나 메르데카) 정원에 기념식수를 했다. 대통령궁에 외국 정상이 기념식수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앞서 정상회담에선 한국·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올해 안에 매듭짓는 데 합의했다. CEPA 협상이 타결되면 두 나라의 경제교류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두 정상은 현재 약 300억 달러 수준인 교역 규모를 ▶2015년까지 500억 달러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양국은 또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만나 100억 달러(약 10조7000억원) 규모의 양자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이처럼 두 나라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진 데는 '마음을 얻는 외교'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도 작용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우리만이 아니라 상생하자는 자세가 상대국의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상대국으로부터 '우리는 친구다'란 말을 듣는 마음의 얻는 외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도 신뢰를 바탕으로 윈윈하는 게 돼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6박8일간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13일 귀국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6~8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9~10일) 등 3개의 다자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2013-10-14 중앙일보 허진 기자)

 

인도네시아와 CEPA 연내 타결 합의.. 세일즈 외교에 '성과'

■ 박근혜 대통령, 아세안 순방 마치고 귀국
자동차·철강 등 관세 인하로 한·인도네시아 교역액 2020년 1000억불 전망
여러 정상들과 회담 통해 한국 전략적 공간도 넓혀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연내 타결에 합의하는 등 다양한 경제협력을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끝으로 지난 6일부터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와 동남아 세일즈 외교 일정을 마치고 13일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12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유도유노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CEPA 연내타결 합의를 비롯해 2020년까지 교역액 1,000억 달러 달성, 우리 진출기업을 위한 인니 투자여건 개선, 순다대교(170억 달러 규모)ㆍ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과 철도(10억달러) 등 인니 주요 국책사업의 한국기업 참여 방안 협의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CEPA는 박근혜정부의 첫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전망이다. CEPA는 상품ㆍ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투자ㆍ경제협력 등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의 협정으로, 연내 타결이 이뤄지면 우리의 8대 교역국이자 아세안(ASEAN) 내 최대 인구(2억4,000만명)를 가진 인도네시아 시장의 빗장이 활짝 열리게 된다. 현재 300억 달러 수준인 양국의 교역규모는 2015년 500억 달러, 2020년 1,0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며 특히 자동차와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수출제품들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하로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우리 중형 가솔린 완성차 관세는 45%로 일본(20%)에 비해 훨씬 높아 사실상 경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ㆍ인도네시아 양국은 자동차 관세인하 등 핵심 쟁점사안을 패키지로 묶어 우선 협상해 CEPA의 조기 타결을 시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또 경제특구개발 강화와 휴양생태관광 협력, 음악·영화·공연 등 콘텐츠 유통 분야의 한국기업 진출기반 조성을 비롯한 창조경제, 발전사업 금융지원 등 4개 부문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고위급인사의 교류 활성화와 국방·방산분야의 협력 증진에도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핵 불용을 비롯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도 이끌어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 방문에 이어 이번 순방을 통해 강대국의 외교 각축장이 된 아세안(ASEAN)에서 우리의 전략적 공간을 더욱 넓히면서 다방면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또 캐나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미얀마, 멕시코, 페루 정상과 양자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여건 개선에 주력해 세일즈 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

 

(2013-10-13 한국일보 송용창기자)


韓·印尼 연내 CEPA(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체결 합의

朴대통령 순방 마치고 귀국.아키노 대통령은 환담 때 6·25 종군기자 부친 그려진 500페소 보이며 인연 강조

 

박근혜 대통령은 6박 8일의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을 마치고 13일 아침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6~8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9~10일 브루나이의 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거쳐 10~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국빈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 순방을 통해 '박근혜표 세일즈 외교'의 공식을 보여줬다. 그는 캐나다·호주·페루·중국 등 양자 회담을 가진 모든 정상을 상대로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가속하거나 시장 개방 수준을 격상하기 위한 외교를 펼쳤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를 약속했다. 12일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과 연내 타결키로 합의한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은 이번 순방의 성과 중 하나로 거론된다. CEPA는 무역 못지않게 투자에 비중을 둔다. 인도네시아는 제2, 제3의 포스코 일관 제철소 같은 직접투자를 원하고 있다.

국방 분야 협력에 관한 협정도 맺어 T-50(국산 고등 훈련기)과 잠수함 수출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과 한국 기업의 신규 방산 참여 확대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대통령궁 정원에 '다마르'라는 나무를 한 그루씩 기념 식수했다. 이는 유도요노 대통령의 부인인 아니 여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국의 산림녹화 사업을 떠올려 제안한 것이라고 한다.

아니 여사는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에디 위보워 장군의 셋째 딸로 1975~1976년 한국에서 살았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부인과 사귈 때 부인이 한국에서 워낙 많은 편지를 보내와 설악산과 판문점에 가보지 않았지만 마치 가본 것 같았다고 했다.

한편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9일 아세안 정상회의 뒤 박 대통령과 개별 환담에서 6·25 전쟁 때 종군기자로 참여했던 부친의 모습이 새겨진 필리핀 500페소 구권 지폐를 보여주며 한국과 인연을 소개했다. 아키노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의 남편인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은 17세 때 '마닐라타임스'의 종군기자로 한국에 파견돼 취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10-14 조선일보 최재혁기자)

 

경제-안보 새 우방.. 印尼의 재발견

 朴대통령 ‘세일즈 외교’ 마치고 귀국

"인도네시아의 재발견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인도네시아와는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우방이 될 수밖에 없는 경제·외교·안보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날 자카르타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연내에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은 2020년까지 교역액 1000억 달러를 목표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1000억 달러는 현재 한미 간 교역액과 맞먹는 규모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수교 40주년인) 양국 관계가 최상의 황금기(golden period)를 맞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 CEPA 체결로 한미 수준의 교역 꿈꿔

인도네시아는 박 대통령이 지향하는 '세일즈 외교'의 우선적인 협상 대상이다. 2008년부터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자유화 수준이 낮아 같은 해 체결된 일-인도네시아 FTA에 밀려 우리 기업들이 상당히 고전을 해 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해 안에 FTA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CEPA를 체결할 경우 자동차, 석유화학, 제조업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인도네시아 내 경쟁력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1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통화스와프도 체결하기로 했다.

양국이 상호 교역 규모를 현재 300억 달러에서 2015년 500억 달러, 2020년 1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한 데는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이 크고 양국 간에 확대할 분야가 많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4000만 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석유, 가스, 석탄, 주석 등 자원이 풍부하다. 열대우림 면적도 세계 2위여서 환경, 산림 분야의 잠재력도 크다. 최근 보름 사이 호주-중국-인도-한국 정상이 잇달아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정도로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170억 달러 규모의 순다대교, 10억 달러 규모의 수카르노하타 공항 철도, 카리안 다목적댐 등 인도네시아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기업 참여의 적극 검토를 이끌어 냈다. 올해 말 1단계 포스코 일관제철소 준공에 이어 2단계 사업의 원만한 추진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도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 전수에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의 중장기 경제개발 마스터플랜(MP3EI)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진행한 국가발전을 상당 부분 모델로 삼고 있다. 경제특구 개발, 산림녹화와 농업 현대화, 방산 개발 부문도 우리가 경험을 이전할 수 있는 부분이다.

○ 국방-외교 분야의 아시아 두 축으로

세일즈 외교에 숨겨져 있지만 양국 간 최대 협력 분야는 방산을 비롯한 국방-안보 협력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T-50 고등훈련기 16대(4억 달러), 잠수함 3척(11억 달러) 등 2012년까지 24억 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전체 방산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방산 수출 대상국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추가 방산 분야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까지 잠수함 7척(35억 달러), 고등훈련기 6∼8대(2억 달러)의 추가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청년들을 잠수함 건조에 참여시켜 기술을 이전하도록 하면서 협력 분야를 늘렸다.

양국은 외교 분야에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가장 큰 우방 축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중견국으로 도약하면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회의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의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를 대화하기 편한 우방으로 여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나라이다. 박 대통령에게 발리 민주주의 포럼 기조연설을 부탁하는 등 정치, 외교, 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2013-10-14 동아일보 동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