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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4박5일

Smart Lee 2014. 8. 19. 00:47

다시 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4박5일

 

세월호 유가족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가족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남=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인사들 중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 ※ 편집자주 =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모두 마치고 18일 출국했습니다. 교황은 14일 공항 도착 때부터 시작해 방한 내내 세

월호 희생자 가족 등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듬고 사랑과 평화·화해를 역설해 우리 사회에 커다란 울림과 치유의 시간을 줬습니다. 우리 사회에 왜 '프란치스코 교황 열풍'이 일었는지 또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등을 진단하고 사회 각계 구성원들은 교황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짚어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끝으로 4박5일의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갔다.

교황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울림은 크다.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우리 사회의 낮고 그늘진 곳으로 임했던 교황의 모습과 가르침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아파하던 우리 사회에 큰 위로와 감동을 줬다. 약 100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며 약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우리 사회 곳곳에 밝은 빛을 비춰 주었던 교황의 역사적인 방한 일정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 방한 첫날 '약자'부터 만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장애인, 이주 노동자….

 

14일 오전 10시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이 한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교황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특히 교황은 이날 공항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 4명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이날 공항 환영행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 예포 발사 외에는 이렇다 할 특별행사가 없었다. 환영행사를 마친 뒤 국산 소형차 쏘울을 타는 교황의 서민적인 행보는 한국인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존경심을 자아냈다.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환영식을 한 뒤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정부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공항에 영접 나온 박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했던 교황은 청와대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강조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 15일 '헬기 대신 KTX' 타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교황은 헬기가 아닌 KTX를 타고 대전을 찾았다. 교황만을 위해 특별 편성된 열차가 아니라 일반 열차였다. 기차를 기다리던 100여 명의 시민은 교황의 모습이 보이자 환호했다.

교황인사
교황인사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식 미사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 주변을 차량으로 돌며 인사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한 후 첫 대중미사인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또 미사를 집전하기 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나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교황의 '파격'도 이어졌다.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면서 교황은 이른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던 시민 사이에 아이가 보이면 차를 세우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거나 이마나 볼에 입을 맞췄다. 이 때문에 교황이 탄 차는 8번이나 멈춰야 했다.

오후에는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오찬을 한 뒤 헬기를 타고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 당진 솔뫼성지로 이동했다. 

김대건 신부 생가에서 헌화와 묵상을 한 교황은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해 6천여 명의 아시아 청년들과 만났다. 저녁에는 예수회 재단의 서강대를 깜짝 방문했다. 

교황집전 시복미사
교황집전 시복미사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16일 광화문 시복식·음성 꽃동네 찾다

 

방한 사흘째인 16일에는 교황 방한 행사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광화문 시복식이 열렸다. 

교황은 이날 오전 한국천주교 최대의 순교성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한 뒤 곧바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 오전 10시부터 윤지충 바오로 등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미사를 집전했다.

시복식에 앞서 광화문 앞 제단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면서 신자와 시민을 만났다. 특히 교황은 차에서 내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잡아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주변 도로에는 '낮은 자'의 편에서 슬픔과 고통을 함께해 온 교황을 보기 위해 수십만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집전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집전
(서산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나흘째인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오후에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쉼터인 충북 음성 꽃동네에 발걸음했다.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을 만난 교황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8세 고령인 교황은 50여 분 내내 선 채로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관람했으며 서툴지만, 정성껏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거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이들을 축복했다.  

 

◇ 17일 "아시아 젊은이여 깨어나라!"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는 특별한 세례식이 열렸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이 씨는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를 세례명으로 받았다. 

교황은 이어 충남 서산시 해미 순교성지 성당으로 이동해 아시아 주교단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직접 집전했다. 

평소 젊은이들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 젊은이들에게 세상 속에서 늘 깨어 있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폐막 미사 강론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며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강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폐막 미사에는 청년대회 참석자 6천여 명과 천주교 신자,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해 교황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

 

◇ 방한 마지막날…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선포하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을 향해 "죄지은 형제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위로와 평화, 화해가 필요한 인사들이 초청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교황은 미사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등 한국의 12개 종단 지도자들과 만나 "형제들로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환송인사를 하고 대한항공기 편으로 로마 바티칸으로 떠났다.

 

(2014-08-18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어록을 남기고 떠난 성자..말·말·말

프란치스코(78) 교황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갔다. 말마다 화제가 됐다. 4박5일 방한일정이 남긴 주요 '어록'이다.

"희생자들의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14일 서울공항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소개받자)

"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평화라는 선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성찰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화의 부재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이 땅 한국에서는, 이러한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들릴 것이다."(1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 뒤 공동연설 중)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고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 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1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 뒤 공동연설 중)

"우리가 뿌리려는 선행과 희망의 씨앗이, 우리 주변뿐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안에 있는 이기심, 적대감, 불의라는 잡초에 질식해 버리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우리는 봅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15일 솔뫼 성지 연설 중)

"공동체 생활이 언제나 쉽지는 않다는 것을 저는 체험으로 압니다만, 공동체 생활은 마음의 양성을 위한 섭리적인 토양입니다. 아무런 갈등이 없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몰이해가 생기면 그것을 직시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바로 공동체 생활을 통하여 자비와 인내와 완전한 사랑 안에서 성장하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16일 충북 음성 꽃동네 연수원 '한국 수도 공동체들과의 만남' 강론 중)

"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려 깊은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합니다. 공감하는 능력은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진정한 대화에서는 형제애와 인간애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나 생각, 그리고 질문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냅니다."(17일 해미 순교 성지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연설 중)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친구들이, 직장 동료들이, 그리고 여러분의 국민들과 이 거대한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베풀어 주신 그 자비로, 이제 그들도 자비를 입게' 하십시오"(17일 해미 읍성 '제6차 아시아 청년 대회 폐막 미사' 강론 중)

"오늘 복음 말씀에서, 베드로가 주님께 묻습니다.'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1-22).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냅니다."(18일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 중)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 그러므로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18일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 중)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 종교지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18일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성당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 연설 중)
【2014-08-18 뉴시스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