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명작시·애호시 모음

다시 읽고 싶은 시 '꽃'

Smart Lee 2007. 12. 4. 01:44

 

 

         (Flower)

 

                                       김 춘 수(Kim Chun-Soo)

                                        (Nov. 25, 1922-Dec. 5, 200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Before I called her name, 

그는 다만

she was only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a gesture to me.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When I called her name,  

그는 나에게로 와서

she came to me  

꽃이 되었다.

and became a flower.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Like I called her name,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Someone who fits me in colors and fragrance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may call me my name.  

그에게로 가서 나도

I wish to go to her

그의 꽃이 되고 싶다.

and become a flower of her. 

 

우리들은 모두

We all 

무엇이 되고 싶다.

wish to become something.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You wish to me and I wish to you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to become an unforgettable glance.  

 

(현대문학,1955)  (필자 영역)    

 

 

한국 시인들이 애송하는 최고의 시로 선정된  김춘수 님의 '꽃' 이다.

 

이 시는 김춘수 시인이 교사로 재직할 무렵, 밤늦게 교실에 남아 있다가 갑자기 화병에 꽃힌 꽃을 보고 시의 화두가 생각나서 쓴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또 사물들이 늘려 있다.  그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이 이름으로 불리워지기 전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일반적인 사람과 사물에 지나지 않다가, 이름이 불리워짐으로써 이름을 불러준 대상과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구체적이고 특별한  대상으로 인식이 되어진다.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리워진다는 것은 최소한 그에게만큼은 내가 의미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기에, 시적 화자 역시 자신의 참모습에 어울리는 그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단순히 관습적인 이름이 아니라,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그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것은 세상의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존재론적 소망이라 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