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명작시·애호시 모음

가을의 기도

Smart Lee 2007. 11. 26. 11:54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감상:  김현승의 시정신은 '기독교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시인들의 낭만주의, 모더니즘, 전원주의 등을 거부한 채 말년에 이르기까지 이를 삶의 방식으로 생각했다. 그의 시의 주제는 늘 '고독' 속에서 신과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통해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자 한다. 자신의 시어(詩語)를 최대한 절제하는 가운데 신과의 대화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구성 

1 :겸허한 마음으로 신과의 만남을 염원

- 낙엽들이 지는 때 : 고독의 시간                  

    (기도할 시간)

- 겸허한 목소리 :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오는 

   간절한 목소리

2 : 삶의 참된 가치인  사랑에 대한 소망을

            노래 

3 : 자아성찰을 위한 고독의 시간을 

           갖고자 노래

 - 까마귀를 통해 고독의 처절함과 완숙성을 추구
*
주제 : 가을의 계절감을 통한 경건한 삶의

가치 추구

 

출전 : <김현승 시초>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