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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이란에 못가는 이유

Smart Lee 2008. 2. 18. 01:49
 
                                        이영애가 이란에 못가는 이유
 

 
, 양금이(Janggumi)”

지난 7, 자그로스 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란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 일단의 이란 젊은이들이 한국여인들을 보고는양금이 양금이를 외치며 사진 한번 찍자고 난리를 떤다.

이란 남성들이 한국여성을양금이 라고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금이 2006 10월 시작해서 지난해 1120일 끝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란에서는 ‘Jewel in the palace’ 의 제목으로 방영됐다)을 뜻한다. 종영된 지 석달 가까이 흘렀는데도양금이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란 국영 채널2에서 금요일 845부터 방영된 대장금은 시청률 85~90%에 이를 만큼 광풍에 휩싸였다. 양금이와 관련돼 별의별 이야기가 다 퍼졌다. 그 가운데 아주 그럴싸한 설() 하나를 소개하면….

 

한국붐을 고조시키려살아있는 인형이라는 배우 이영애를 초청하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이슬람 성직자 회의에서 이영애 초청 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 이유로 든 것이 마치 사실 같다. 바로 이영애가 이란에서 대중신앙으로 존경받아온 파티마의 인기를 능가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파티마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고명딸로 이란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여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이란인들의 우상이 된 이영애가 이란을 방문할 경우 그 인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방문이 거부됐다는 것이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사실이 아닌 설들이 사실처럼 떠돌고 있는 것은 이영애의 인기가 파티마에 버금간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한다.

 

왜 대장금이 이란에서 인기를 끌까.

우선 대장금의 흐름이 이란 역사와 비슷하다는 것을 꼽는다. 이란은 예로부터 인류 이동 및 동서문명의 교차로로 끊임없이 외부세력과 충돌을 빚었다. 지금도 15개국과 국경 및 바다를 접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에서도 다수파인 수니파의 협공 속에 외로이 시아파의 전통을 이어가느라 고난의 역사를 걸었다. 그런 만큼 역경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꿈을 이루는 대장금이 파란만장한 이란의 역사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한국 사극에서 보이는 여인들의 의상이 헤자브를 쓰고 몸 전체를 가리는 이란 여성과 닮았기에 더욱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과 이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선 한국·이란간 교역규모가 지난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중국·독일에 이어 이란의 4~5대 경제파트너. 이란내 가전제품의 75%가 한국산이며, 한국산 자동차가 40%의 점유율을 보인다. 기아 프라이드는 이란의국민차대우를 받는다.이란은 우리나라 원유의 4대 수입원이며, 전체 수입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에 대한 이란인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최근 여수박람회 유치 때는 이슬람국가들 가운데는 유일하게 한국을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여수가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탕헤르)와 경합을 벌였는데도….

 

또한 이란의 태권도 인구는 한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은 120만명이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태권도를 정식교육 과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요한 나라인데 정작 이 나라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방과 서방언론에 세뇌된 탓인가. 지나치는 외국인에게 금방 배운 영어로 ‘I love you’를 외치며 웃어주는 이란 꼬마들의 얼굴과, 먼저 인사를 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 얼굴이 눈에 선하다.

 

(2008-02-17 테헤란·이스파한|경향신문 이기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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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굼.JPG이제 대장금이 마지막 편을 앞두고 있다.

한국 여자들을 보면 "연굼, 연굼(장금의 이란 표현)"이라고 부르고, 대장금이 방영되는 금요일 저녁에는 길거리가 한산했었다.

 

이란 여자들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빗깔의 한국 음식에 대해 감탄했고,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한복 역시 놓치지 않고 눈여겨 보았다.  

 

이제 아쉬운 마지막 편 대장금과 작별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한국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의지가 굳고 강한 여인 - 장금의 얼굴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번주 주간 신문 "에프테허르"에는 "연굼과의 작별"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 대장금에 대한 기사를 기재했다.

 

번역하자면 아래와 같다.   "궁궐의 보석(Jewel in the Palace)(드라마 제목 대장금을 이란에서는 이렇게 이름하였다)"의 54편 시리즈의 마라톤이 마지막에 다다랐다. 이 시리즈의 팬들은 이제 작별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1년 전, 드라마 방영 전에는 이 한국 드라마가 "가장 높은 시청률의 이란 TV 방송 외국 드라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 줄은 차마 몰랐다. 그러나 일년뒤인 현재, "궁궐의 보석" 시리즈는 연굼(장금)이라는 이름이 젊은이들의 머리속에 각인되는 완결에 다다랐고, 게다가 마지막회가 방영되기 전에 이미 이 드라마의 완결편을 볼 수 있도록 시장에 DVD가 나오게 하기까지 되었다.

 

다음편의 요약본은 인터넷 사이트에 기재될 것이고, 마지막 두 편의 상영본을 남겨두고, 한국의 물결이 이란 안에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작게는 한국의 드라마 하나가 이란에 방영되는 것이지만,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너무나 컸다. 사람들은 대장금을 보면서 울고 웃고 가슴조리고 기다리고 용기를 얻고 행복해했다.  한국 사람으로써, 또, 이들의 눈에 장금과 비슷해보이는 한국 여자로써 나 또한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환영받았다. 앞으로도 한국스러운, 어려움을 지혜롭고 당당하게 헤쳐나가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한국의 그것이 이란 뿐 아니라 더 많은 나라에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연굼, 코다허페즈! (장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