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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올림픽 도전 44년만에 쾌거

Smart Lee 2008. 8. 11. 07:18
박태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올림픽 도전 44년만에 쾌거

 

마린보이의 금빛 물살이 폭염 속 베이징을 시원하게 출렁였다.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19.단국대)은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1위로 골인했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 도전한 지 44년 만에 나온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것이다. 작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박태환은 가장 어렵다는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며 이 종목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박태환에 이어 장린(중국)이 3분42초44 2위로 골인했고, 3분42초78의 라슨 젠슨(미국)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기록도 좋았다.

전날 예선에서 3분43초35로 한국기록을 세우며 전체 3위로 결승에 진출했던 박태환은 1.49초를 더 줄이며 한국 신기록을 하루 만에 더 단축했다.

장린에게 빼앗겼던 아시아신기록도 다시 찾아왔다. 은퇴한 '인간어뢰' 이안 소프가 2002년에 작성한 3분40초08의 세계기록에는 못 미쳤다.

그래도 박태환의 이 기록은 세계 수영 사상 두번째로 빨리 헤엄친 것이다. 이전까지는 그랜트 해켓이 2001년 작성한 3분42초51이 2위였다.

올해 세계랭킹에서 자신보다 약간 앞서 있는 2번 레인의 그랜트 해켓(호주), 4번 레인 라슨 젠슨(미국)의 사이인 3번 레인에 배정받은 박태환은 0.69초의 가장 빠른 출발 반응으로 보이며 힘차게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처음 50m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해켓이 예상대로 빠르게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해켓이 25초82로 가장 먼저 들어왔고 박태환은 26초24로 4위였다.

하지만 첫 턴 이후 박태환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53초97에 턴을 한 해켓과 거의 비슷한 54초07에 100m 지점을 찍었다. 경기는 해켓과 박태환의 맞대결로 진행됐다. 150m 지점에서 박태환은 해켓에 0.

04초 뒤진 1분22초45로 돌았고 마침내 200m 지점에서는 역전에 성공했다. 박태환이 1분51초03을 찍었고 해켓은 1분51초07이었다.

이후부터 박태환의 팔과 다리 엔진은 최대 출력을 냈고 박태환은 해켓보다 사람키 하나 차이로 앞서갔다.

300m 지점에서는 2분47초10으로 해켓(2분48초00)을 1초 가량 앞질렀다. 마지막 턴인 350m에서 계속 따라오던 해켓이 떨어져나갔다.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썼는지 막판 지구력이 달린 것. 그러나 해켓보다 8살이나 어린 박태환은 아직 수백m는 더 치고 나갈 힘이 남아 있었다.

3분14초79로 350m를 돌았을 때 박태환은 이미 독주 체제를 확보했고 마지막 50m구간에서 힘차게 팔을 젓고 발을 차며 금메달을 향해 골인했다.
(08-08-10 베이징 연합뉴스)
 
 박태환 수영 첫 金`에 온 국민 열광

10일 베이징에서 날아온 한국 수영 사상첫 금메달 소식에 온 국민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어냈다.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결선 레이스를 펼친 이날 오전 11시25분께 TV 생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댔고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해냈다"는 함성을 소리높여 외쳤다.

지난해까지 박태환이 다녔던 서울 경기고 교장을 지낸 은사 이영만(62) 전 교장은 제자의 `금빛 낭보'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훈련에 매진해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 선수는 한국인의 꿈이다. 오늘의 영광은 금메달을 바라는 한국인들의 합쳐진 마음의 결과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전 교장은 "박 선수는 원래부터 인성이 착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경기고 수영부 동창들이 모금을 했을 뿐 아니라 그 밖에도 도와준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그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는 날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체격조건 등에서 열세인 동양인이 육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 종목으로 꼽히는 수영 자유형에서 보기 드물게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는 데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집에서 TV로 결선을 지켜본 회사원 이응탁(31)씨는 "동양인이 백인들의 무대였던 수영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은메달을 딴 장린(중국)까지1,2위 모두 동양인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했다. 서양인에 비해 열세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원하(31)씨는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박태환이 실격으로 탈락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4년 전 실격으로 떨어질 때만 해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금방성장한 모습을 보니 힘이 난다. 국민 모두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불어넣어준 것 같다"라고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네티즌들도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 20여분만에 1천500개가 넘는 댓글을 달 정도로 열광했다.

아이디 `751blue'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서 "수영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저런 선수가 나왔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캐나다에서 TV로 경기를 봤다는 아이디 `maramukna'도 "황금시간대인 저녁 7시 반에 경기를 했는데 정말 감동을 받았다. 여기서도 해설자가 350m 턴할 때부터 `다른 선수들이 박태환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금메달까지 딸 줄은 몰랐다"라고 박태환의 금메달이 재외국민들의 자부심을 살려줬다고 평가했다.
 
(08-08-10 서울 연합뉴스)
 
박태환 금메달은 '아시아의 영광'
 
'동양 남자 선수가 72년 만에 따낸 올림픽 자유형 금메달'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10일 오전 2008 베이징올림픽 메인 수영장 워터큐브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면서 동양인도 남자 자유형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했다.

자유형은 배영과 평영, 접영까지 통틀어 수영의 4가지 영법 가운데 가장 빠르게헤엄치는 방법이다. 기술보다는 체격이나 힘이 경기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서양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종목.

올림픽 메달 역사는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동양인이 올림픽 남자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딱 세 차례 뿐이며 모두 일본인이었다. 일본은 제국주의 열강으로 군림했던 1930년대 수영 강국이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자유형 1,500m의 기타무라 구스오와 자유형 100m의 미야자키 야스지는 동양인으로서 자유형 최단거리와 최장거리에서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1936년 베를린 대회 때도 데라다 노보루가 자유형 1,500m 타이틀을 거머쥐며 일본의 이 종목 2연패를 일궈냈다.

그러나 이후부터 전세는 역전됐다 미국과 호주, 유럽 등 출신이 금메달을 모두 가져갔다. 금메달은 고사하더라도 동양인이 메달을 딴 것은 1960년 로마 대회 자유형 400m에서 야마나카 쯔요시가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 마지막이었다.

박태환의 이번 올림픽 금메달은 동양인 남자 선수로서는 무려 72년 만에 자유형금메달이며, 메달 색깔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48년 만에 나온 것이다.

작년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이미 한차례 세계 수영계를 놀라게 했던 박태환은 올림픽까지 정복하며 남자 자유형이 더 이상 서양 선수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박태환이 나오기까지 동양 남자들이 이처럼 올림픽에서 오랫동안 부진했던 반면동양 여자들은 1990년대부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여자 자유형에서 동양인의 첫 금메달이 나온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가 처음이었다. 자유형 50m의 양웨니와 자유형 100m 좡융(이상 중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러징이(중국)가 자유형 100m 우승을 차지하며 명맥을 이었고, 2000년 시드니에서 주춤하다 4년 전 아테네 때는 자유형 800m에서 아이 시바타(일본)가 우승을 차지했다.

(08-08-10 베이징 연합뉴스)
 

 

 이언 소프 “박태환은 멋진 선수… 세계기록도 깰 수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가 열린 베이징 워터큐브(내셔널아쿠아틱센터). 박태환(19·단국대)과 그랜트 해켓(28·호주) 등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관중석에 낯 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2004 아테네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이 종목 세계최고기록(3분40초59)을 보유하고 있는 이언 소프였다. 소프는 아테네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소프는 호주수영연맹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해켓의 이름이 소개되는 순간 일어서서 응원을 보내던 소프는 박태환이 1위로 터치패드를 찍자 한참동안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을 열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경기에 대해 누가 물으면, 내가 보기엔 한국 선수가 정말 멋졌다(brilliant)고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소프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이 곳에 왔다"고 손을 저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왔냐"고 물은 뒤 "그럼 한 마디만 해주겠다"며 웃었다. 소프는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 박태환이 우승할 거라 생각했다. 정말 멋진 선수"라면서 "아까 봤듯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태환이 초반에 치고 나와서 중반까지 1위를 유지할 때 그가 우승할 거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날 3분41초86의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한 박태환이 과연 소프가 보유한 세계신기록도 깰 수 있을까. 소프는 "물론이다. 그 기록은 누구라도 깰 수 있다. 당신도 열심히 훈련하면 깰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08-08-10 베이징 JES 이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