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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교육 DNA 살려 ‘특별함 갖춘 인재’ 양성”

Smart Lee 2009. 10. 9. 14:15

<총장, 대학의 비전을 말한다>
“전인교육 DNA 살려 ‘특별함 갖춘 인재’ 양성”

                                                  취임 100일 맞은 이종욱 서강대 총장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이종욱 서강대 총장은 평생 고문헌과 사료에 파묻혀 한국사를 연구해온 역사학자다. 주류 학계로부터 국사학계의 이단아로 몰려온 그는 지난 6월 단박에 서강대 총장에 당선되면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인터뷰=허민 사회부장]

운대가 맞아떨어졌을까. 이 총장은 취임 직후 한국태양에너지연구센터(K-SERC)를 본교에 유치하는 행운도 안았다. K-SER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센터인데, 향후 10년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인공 광합성 기술을 구현하고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연구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로 선정됐습니다. 매년 50억원씩 앞으로 10년간 총 500억원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2년 후 정부의 검증작업이 잘 되면 지원액이 1000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을 상대로 지원하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이 총장에 따르면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이 두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인공 광합성기술이란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CO₂)와 물(H₂O)을 메탄올(CH??H)과 같은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미래의 첨단 태양에너지 활용 기술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진 이산화탄소를 다시 연료로 전환시키는 획기적인 작업이죠. 더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인류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평생 한국 상고사만 연구해온 이 총장의 입에서 최첨단 과학기술 용어와 개념들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인류의 꿈과 직결돼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서강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궈나가기 시작했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이 총장은 “최근 한국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며 “도서관 부근에 5, 6층짜리 건물을 지어 전용 연구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강대는 ‘작지만 강한’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학부 모집정원은 매년 1640명 가량에 불과하다. 정원외 모집을 포함한다 해도 전교생이 7000명을 넘지 못한다. 매년 3000명 이상을 모집하는 다른 대형 종합대학들에 비하면 규모가 상당히 작다. 그러나 서강대는 때로 미국의 미들버리대나 칼턴대, 애머스트대 등과 비교된다.

“미국의 작지만 강한 대학들은 타 대학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나름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서강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강대가 덩치가 큰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면, 그것은 남다른 특별함에서 기인합니다.”

이 총장이 밝히는 특별함의 비밀은 ‘지(知)적 자유로움’과 ‘인격 존중의 전통’, ‘학교 운영의 정상성’, ‘개교 당시부터 국제화한 교육환경’ 등이다. 특히 전공과 비전공을 넘나들면서 1300개 교육 커리큘럼을 마음대로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한 교육제도야말로 다(多)전공을 가능하게 하고 서강인의 역량을 탄탄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중에서도 이 총장은 전인교육을 유난히 강조했다. “서강대는 전체 160학점 중 절반인 80학점 가까이를 교양과목으로 듣게 합니다. 서강인의 몸 속에는 전인교육의 전통이 디옥시리보핵산(DNA)처럼, 유전인자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 총장은 “전인교육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해 다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가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전인교육을 이루기 위해 교수 역량의 강화라는 과제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인교육과 교수 역량 강화를 수레의 두 바퀴로 해야만 산학체제 구축이라는 성과를 따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대학 경영 철학이다.

서강대가 산학체제의 첫 결실을 따낸 것은 최근 45%의 지분을 가진 ‘S-Medi’라는 학교기업을 창업하면서부터다. 이 총장은 “S-Medi는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과 관련한 방사성 진단시약과 제조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라면서 “조만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를 ‘획기적인 신기술’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회사를 2013년에 코스닥이나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서강대 첫 대학기업인 S-Medi를 성공시켜 학생들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고 교수 연구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 총장은 제2, 제3의 S-Medi를 창업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동안 교육계 내에서 회자됐던 가톨릭대와의 통합문제에 대해서는 “속(俗)의 영역에 있는 대학 총장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 성(聖)의 영역에 있는 가톨릭계의 수장들 사이에서 논의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의대 설립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본교 출신으로는 처음 총장직에 오른 이 총장은 자신이 한국 고대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 가르치기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07년 9월 시작된 안식년 1년을 경북 경주에서 보냈다. 이 기간에 통일신라의 대업을 완성한 군주 김춘추를 집중 조명했다. 여기에서 완성된 것이 ‘춘추’다. 이 총장은 “나의 연구들은 관학파(官學派)들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장에게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는 서강대의 미래상을 물었더니 “중요한 것은 50주년이 아니라 지금 현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총장은 “50주년 사업은 현재진행형으로 작업하는 것”이라며 “과거 서강을 서강답게 만들었던 특별함의 전통을 살려내고 오늘 새로운 특별함을 찾아내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실리적 사고는 서강대에 ‘아트(Art) 테크놀로지’를 정착시키겠다는 그의 꿈에서도 읽어진다. “예를 들어 ‘김춘추’란 인물을 영화로 찍는다고 합시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연구한 원천자료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문과에서 시나리오를 쓰면 신방과에서 영화를 만들고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서강대는 ‘학점 인플레’가 없는 학사관리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취업 때만 되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기 일쑤다. 학점 거품이 없으니 서류전형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 십상인 것이다. 이 총장은 “우리 학교는 구직용으로 학점을 후하게 주는 일은 없다. 학점 인플레를 하면 당장 입사에 도움이 되겠지만 전인교육은 물 건너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궁극적인 교육상은 ‘특별한 서강인, 특별한 존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의 교육지침은 ‘신(新)세속오계’로 요약된다. 헌법과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는 인재, 전통윤리를 존중하고 부모·형제·친구 사이에 신의를 지키는 인재, 외국문화와 외국어를 풍부히 습득해 국제화의 첨병이 되는 인재, 전인교육으로 무장한 인재, 평생 일과 놀이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게 그것이다.

이 총장에게 사회에서 1등이나 2등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서강이 길러내는 인재는 특별해야 한다. 이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강의 저력은 사회 속에서 이미 확인됐습니다. 우리는 무조건적인 1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강다움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더 우수해지길 희망할 뿐입니다.”

 

(2009.10.08 문화일보 허민 사회부장)

이종욱 총장은…

서강대 첫 본교출신 총장
‘화랑세기’ 연구에 독보적

이종욱 총장은 자유인이다. 화랑세기 연구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갖고 있고 상고사 연구에 정통한 그이지만 학계의 주류인 ‘관학파’와는 달리 “신라가 한국인의 뿌리”라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주류 학계에서 이단아로 몰리곤 한다.


이 총장은 “내가 이단이 아니라 나의 이론이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일 뿐”이라며 “코페르니쿠스도 당시엔 이단아였지만 몇해 전 교황이 그의 무덤 앞에서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총장은 서강대 66학번으로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부터 본교 교수로 재직해오면서 44년 동안 서강과 인연을 맺은 서강대 최초의 본교 출신 총장이다. 그는 평소 “난 지적 자유로움과 전인교육을 특징으로 하는 서강대의 DNA를 물려받았다”고 강조해왔다.

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이 총장은 선거운동기간에 단돈 9만2800원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재단에 서강대 발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제출한 9만2800원의 복사비가 선거비용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 총장은 “돈 안쓰고 운동원 안쓰고 선거사무실을 두지 않은 3무(無)선거를 치른 만큼 ‘선거빚’을 남기지 않아 교수 보직 안배 등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저서만 20여권이 넘는다. 이 가운데 ‘신라골품제연구’와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는 정부가 선정한 우수도서 등에 이름을 올렸다. 이 총장은 지난 3월 ‘한국고대사탐구’라는 학회를 만들어 이 분야에 대한 연구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몇해 전에 펴낸 ‘색공지신 미실’은 최근 방영중인 TV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를 타고 베스트셀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