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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

Smart Lee 2010. 10. 20. 08:24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
한국인의 걸음걸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밥 먹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 일도 빨리 한다. 새로운 제품도 빨리 만들어낸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다. 이러한 빨리빨리 정신은 한국인이 이루어낸 놀라운 경제성장의 원동력인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인의 초고속 인생열차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서두르며 속도를 내는 이유는 무얼까? 미래의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빨리 이르기 위한 것은 아닐까? 빨리 돈 벌고 빨리 집 사고 빨리 승진하여 결국에는 빨리 
행복해지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빨리 빨리 서두르는 삶의 방식이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것일까?

어느새 10월이다.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가을이다.
주변 초목은 서서히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며
가을의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세상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태풍 곤파스와 추석 연휴의 폭우를 견뎌내고
들녘은 노랗게 결실을 맺고 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조만간 첫눈이 내리고
호떡 맛이 그리운 겨울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초고속 인생열차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리는 인생이라는 열차를 타고 시간의 레일 위를 미끄러지며 여행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열차는 2010년의 구간을 달리며 여름 역을 통과하고 겨울 역을 향해 가을을 통과하고 있다. 과거라는 정거장을 지나 미래의 역을 향해 현재의 구간을 달리고 있다.
한국인이 승차하여 여행하는 인생열차는 고속열차다. 그야말로 KTX, Korean Travellers' eXpress다(KTX는 원래 Korea Train Express의 약자다). 한국인 여행객을 위한 초고속 특급열차다. 고속열차는 빨라서 좋다. 목적지에 빨리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빨라 창 밖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한국인의 여행 패턴은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여 주변을 둘러보고 또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여행은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을 음미하고 사색하며 향유하는 순례자의 여행이 아니라 목적지를 빨리 갔다 오는 비즈니스맨의 여행에 가깝다.

한국인의 걸음걸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밥 먹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 일도 빨리 한다. 새로운 제품도 빨리 만들어낸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다. 이러한 빨리빨리 정신은 한국인이 이루어낸 놀라운 경제성장의 원동력인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인의 초고속 인생열차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서두르며 속도를 내는 이유는 무얼까? 미래의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빨리 이르기 위한 것은 아닐까? 빨리 돈 벌고 빨리 집 사고 빨리 승진하여 결국에는 빨리 행복해지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빨리 빨리 서두르는 삶의 방식이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것일까?

현재의 행복인가, 아니며 미래의 행복인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달리는 초고속 인생여행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선, 미래의 행복을 위해 빨리 질주하다 보면 현재의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오후의 업무를 위해 서두르는 점심식사에서는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업무목표를 빨리 성취하기 위한 직무 활동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일을 즐기기가 어렵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서두르는 산행에서는 길가의 들꽃과 초목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다. 미래의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기 위한 초고속 인생열차에서는 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음미하며 동승한 승객과의 따뜻한 대화를 나눌 여유를 갖기 어렵다. 행복한 인생여행을 위해서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과정 속의 즐거움을 음미하며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소홀히 하는 삶의 태도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미래의 행복에 대한 예측이 빗나간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 에 따르면, 인간은 미래에 경험하게 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예측하는 능력이 매우 미숙하다.
그는 인간이 미래의 행복을 예측하면서 많은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첫째, 인간은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미래의 행복을 예측한다.
그러나 미래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예측은 빗나간다.
예컨대, 가난으로 불행했던 사람은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하리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돈을 많이 벌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둘째, 인간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행복의 조건을 예측한다.
그러나 밖에서 관찰한 타인의 삶은 실제로 그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물질적 풍요와 인기를 누리며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부자나 유명인의 삶이 밖에서 보는 것처럼 행복하지는 않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느끼는 것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미래의 삶을 예측하는 인간의 상상력은 매우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많은 연봉을 받으며 고속승진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막상 그러한 성취를 이루더라도 예상한 것처럼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인생의 완급조절

긍정심리학자들은 부정확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미래의 행복을 경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행복 못지않게 현재의 행복도 중시하라는 것이다. 시간의 레일 위를 달리는 인생여행에서 목적지의 행복을 기대하며 무수한 정거장을 무심히 스쳐지나 왔건만 막상 도착한 목적지가 자욱한 안개 속에 실망만 안겨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인생의 완급조절이 중요하다.
성취를 위해 고속으로 질주해야 할 때와 속도를 늦추고 인생의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음미할 때를 알아야 한다.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여행에서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 한 숟가락의 밥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고 달콤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여유 있게 귀담아 경청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눌 때 비로소 진정한 만남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인생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여유를 지니게 될 때, 파란 가을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는 초목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있음의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바쁜 직장생활에서도 하루에 한번은 휴가를 즐겨보자. 하루에 15분 정도 업무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는 휴가시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자들은 이를 미니 휴가(mini-vacation)라고 부른다.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직장의 옥상에서 커피의 향을 즐기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나누며 즐거운 수다를 떨어보는 것도 좋다.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며 화려하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의 황홀한 아름다움에 취해보아도 좋다.

올 가을에는 완행열차를 타고 여유 있는 여행을 해보자.
순간순간 만나는 풍경과 사람을 충분히 느껴보자.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우리에게 진실한 것임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인생여행에서 현재의 순간을 즐겁게 만끽하며
지나간 과거를 뿌듯한 마음으로 회상하고 다가올 미래를 희망과
설렘 속에서 맞이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요건이다.

*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김영사, 2006)의 저자.

 
저자 권석만 자세히보기

  (2010-10-19 펀경영연구소 펀매니저 김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