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만리장성… 중국이 진짜 노리는 것은?
中정부 “총길이 2만1196km”… 기존보다 배 이상 늘려
중국 당국이 만리장성의 길이를 기존보다 크게 늘려 발표했다. 특히 장성의 동쪽 끝을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이던 지린(吉林) 성과 헤이룽장(黑龍江) 성까지 연장한 고고학 조사 결과를 내놓아 한국 등 주변국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가 지은 성들까지 만리장성의 자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 국가문물국(문화재청) 둥밍캉(童明康) 부국장은 장성 유적지 중 하나인 베이징(北京)의 쥐융관(居庸關)에서 "2007년부터 진행한 조사 결과 역대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18km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고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광밍(光明)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앞서 발표한 만리장성 길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
둥 부국장이 발표한 자료는 만리장성 유적지는 현 중국의 가장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시작해 닝샤후이(寧夏回)족자치구, 칭하이(靑海) 성, 간쑤(甘肅) 성, 산시(陝西) 성, 허난(河南) 성, 산둥(山東) 성, 산시(山西) 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허베이(河北) 성, 베이징, 톈진(天津) 시, 랴오닝(遼寧) 성, 지린 성을 거쳐 동쪽 끝의 헤이룽장 성까지 15개 성·시·자치구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정된 만리장성 유적지는 모두 4만3721곳으로 사실상 중국 북부 대부분의 지역에 만리장성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명나라 때 장성을 포함해 진(秦)·한(漢) 및 기타 왕조 때 쌓은 장성을 포함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역대 만리장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2006년 국무원 명의로 '(만리)장성 보호조례'를 제정하면서 만리장성에 대한 본격적인 보호와 연구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중국 정부와 학계는 끊임없이 만리장성을 동·서로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앞서 2009년 중국 국가문물국과 국가측량국은 명나라 때 쌓거나 보수한 장성을 기준으로 만리장성의 길이가 종전에 알려진 6300km보다 2500km 이상 긴 8851.8km라는 측량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을 랴오닝 성 단둥(丹東) 시 북쪽 후산(虎山) 산에 있는 보줘(泊灼) 성(고구려 유적지인 박작성)이라고 발표해 당시 한국 학계 등에서 지나치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작성은 3세기경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성이다. 만리장성의 동단은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 성 산하이관(山海關)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국가문물국은 이후 보줘 성에서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대형 표지판 개막식을 열었다. 이후 보줘 성이 고구려 유적지라는 기존의 관광 안내문은 모두 없앴다. 또 고구려의 발원지인 백두산 근처 지린 성 퉁화(通化) 현에서 진한(秦漢)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 유적이 발굴됐다고 발표하는 등 만리장성 늘리기 행보를 계속해 왔다.
중국의 이번 발표에 한국 학계는 중국이 장성으로 볼 수 없는 요새까지 망라해 장성의 길이를 늘임으로써 고조선과 고구려 영토까지 장성 안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근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중국이 '장성'의 개념을 진나라 때 만리장성뿐 아니라 명나라 장성과 각종 요새까지 연결하는 통시대적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이 다민족 국가로서 넓은 영역을 차지했음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복기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교수(상고사)는 중국이 만리장성으로 발표한 헤이룽장 성 일대의 성곽에 대해 "요나라나 금나라 때의 성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복 교수는 "중국 서진 시대 지리서인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에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을 지금의 산하이관 인근으로 확정하고 있다"며 "중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정설을 무너뜨린 뒤 압록강 입구까지 연장하더니 이번에는 헤이룽장 성까지 또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복 교수는 "또 중국은 만리장성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까지 늘려 만주와 중국 동북쪽 일대가 진나라 때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억지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12-06-07 동아일보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신성미 기자, 강은지 기자)
中, 고구려가 쌓은 성까지 만리장성 포함
동·서쪽으로 두배 이상 늘려 "총 길이 2만1196.8㎞" 발표
중국 당국이 세계적 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의 길이가 2만㎞를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09년 중국 당국이 발표한 8851.8㎞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학자들은 "중국이 현재의 국경을 기준으로 자국 영토 내에 있는 성(城)은 모두 만리장성이라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퉁밍캉(童明康) 중국 국가문물국 부국장은 지난 5일 베이징 쥐용관(居庸關)장성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2007년부터 5년간 만리장성에 대한 정밀 조사와 측량 작업을 진행한 결과 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8㎞에 이르며 총 4만3721곳의 유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각 성시(省市·성 및 직할시)가 관할 지역 내 장성 유적을 신고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이 파견돼 현지 조사를 벌인 뒤 장성 구간임을 인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 [조선일보]
만리장성의 길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600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중국 국가문물국은 2009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기존의 허베이(河北)성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압록강 하구의 후산(虎山)산성으로 수정하면서 총 길이가 8851.8㎞라고 했고, 이번에는 2만1196.8㎞라고 발표했다.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는 중국이 압록강 하구 단둥(丹東)의 고구려성 박작성(泊灼城) 유적을 명나라 때 쌓은 후산산성으로 추정하고 치밀한 고증 없이 장성을 복원했다고 항의했다. 1998년 이곳을 방문한 서길수 전 서경대 교수는 "깊이 11m가 넘는 대형우물이 있었는데,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이었다"고 밝힌 적 있다. 중국 당국이 고구려 산성까지 멋대로 만리장성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엔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모두 연장했다. 동쪽의 경우 국가문물국은 후산의 동북쪽인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에서도 대규모 장성 유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서쪽도 기존에는 간쑤(甘肅)성 자위관(嘉?l關)을 만리장성의 기점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도 장성 유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통일 왕조 초기인 진한(秦漢)시대에 축조한 성벽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노기식 동북아역사재단 역사연구실장은 "장성은 기본적으로 한족과 비(非)한족, 즉 북방민족과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 쌓은 것인데 지린성이나 헤이룽장성까지 장성을 쌓았다면 그건 누구를 막기 위한 성인가"라며 "고구려와 발해, 거란과 여진이 쌓은 성까지 모두 만리장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만리장성 확대는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사는 소수 민족들은 모두 중국인이며, 그들의 역사도 모두 중화민족사에 귀속시키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대사 연구자 김한규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역사학이 사실을 확인하는 학문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한 이런 주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06-07 조선일보 김기철 기자)
고구려의 성까지 포함시켜서 늘려 중국 “만리장성은 4만리장성” 주장
“기존 8800㎞ 아닌 2만1196㎞”중국 거리 단위로 10리 = 5㎞
중국 만리장성(萬里長城)의 길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측량과 유적 발굴 기술 발전에 따른 것으로, 옛 고구려와 발해 지역의 성까지 만리장성에 포함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 국가문물국(한국의 문화재청에 해당)은 5일 만리장성의 길이가 현재 알려진 것의 두 배 이상인 2만1196.18㎞라고 발표했다. 문물국이 사상 처음으로 지난 5년 동안 과학적 지리측량시스템을 활용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1960~80년대까지만 해도 장성의 길이는 5000㎞ 내외로 추정돼 '만리장성'(중국의 1리는 500m)으로 불렸다. 그러나 측량기술이 발달하면서 90년대에는 6300여㎞, 2006년에는 6700여㎞, 2009년에는 8000㎞를 넘어섰다.
퉁밍캉(童明康) 문물국 부국장은 "2007년 문물국과 측량국이 2년 동안 합동으로 조사를 실시해 2009년 장성의 길이가 8851.8㎞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시 조사하지 않은 진(秦)과 한(漢)나라 때의 성을 발굴해 정확한 길이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국가문물국은 만리장성이 중국의 가장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시작해 칭하이(靑海)·간쑤(甘肅)·산시(陝西)·허난(河南)·산시(山西)·랴오닝(遼寧)·지린(吉林)성을 거쳐 동쪽 끝의 헤이룽장(黑龍江)성까지 모두 15개 성·시·자치구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고구려와 발해 유적이 남아 있는 중국 북부 지역에 만리장성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학계에서는 장성의 동단은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河北)성 산하이관(山海關), 서단은 간쑤성 자위관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2009년 랴오닝성 단둥(丹東)의 고구려 성인 박작성(泊灼城)이 장성의 일부로 확인됐다면서 고구려 성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문물국은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장성 유적지 4만3721곳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외교부 "철저히 검토해 대응"=외교부 당국자는 "고구려사와 발해사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중국 국가문물국의 연구 결과물을 철저히 검토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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