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 팽창주의 문제

일 지식인들 “독도는 침략의 역사…자성해야”

Smart Lee 2012. 9. 29. 19:22

일 지식인들 “독도는 침략의 역사…자성해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노벨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등 시민사회 대표들 대국민 호소
무라카미 하루키도 신문 기고 “영토분쟁이 문화교류까지 파괴”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영토갈등이 첨예화되는 가운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학가 오에 겐자부로 등 일본의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일본의 자성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일본의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잡지 <세카이>(세계)의 편집장을 지낸 오카모토 아쓰시, 오랫동안 한-일 과거사 보상 소송에 참여해온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오다가와 고, ‘헌법개악 반대 시민연락회’ 대표 다카다 겐 등 시민사회 대표들은 28일 오후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토갈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일본은 자신의 역사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반성하고, 그것을 성실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소문엔 오에와 아동문학가 이케다 가요코, 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 나가사키 시장을 지낸 모토시마 히토시를 비롯해 시민 1270여명이 서명했다.

호소문은 “현재 영토갈등은 근대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독도 편입은 러일전쟁 기간 일본이 대한제국의 식민지화를 진행하며 외교권을 박탈하려던 중에 일어난 일로, 한국인들에게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침략과 식민지배의 원점이며 그 상징이라는 점을 일본인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에게 한국과 중국은 중요한 우방이자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파트너”라며 일본 정부가 지난 식민지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등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카모토 전 편집장은 “일본에 반중, 반한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려고 호소문을 마련했다”며 “29일 중-일 수교 40주년을 앞두고 서둘러 닷새간 서명을 받았는데도 많은 분이 서명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토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동아시아 영토갈등을 억제할 수 있는 행동규범의 제정 △주변 자원의 공동개발을 위한 대화·협의의 장 마련 △한-중-일-대만-오키나와를 잇는 민간 차원의 대화 틀 마련 등을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8일치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최근의 영토분쟁이 지난 20년간 문화교류를 통해 성숙해온 동아시아 문화권을 파괴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며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경선이 존재하는 한 영토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이는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영토문제가 ‘국민감정’ 영역으로 들어가면 출구 없는 위험한 상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2012-09-28 한겨레뉴스 길윤형 기자)

 

日지식인들도 "일본이 잘못했다"

日 각계 인사들 "日 영토분쟁 자성하라"
오에 겐자부로 등 1270명 "독도는 한국민에게 침략·식민지배의 상징"
소설가 하루키 "영토 문제가 영혼의 길 막아선 안돼"

 

  • 28일 영토 분쟁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자성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독도 및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를 둘러싸고 한국ㆍ중국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일본의 각계 인사들이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모토시마 히토시(本島等) 전 나가사키 시장 등은 '허용하지 말라! 헌법개악ㆍ시민연락회' 등 시민단체와 함께 28일 국회에서 일본의 탐욕을 비판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1270명이 서명한 호소문에서 이들은 "일본은 한국, 중국이 가장 약하고 외교적 주장을 할 수 없을 때 독도와 센카쿠열도를 편입했다"며 "일본인은 독도가 한국민에게 있어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중일 갈등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센카쿠 국유화가 양국 국교정상화 40주년의 우호 분위기를 깼고 중국이 이를 영토문제 보류라는 암묵적 합의를 어긴 도발로 여겨도 이상할 게 없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정 지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섬 주변의 어업자원 등을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ㆍ63)는 28일자 아사히(朝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분쟁으로 중국의 많은 서점에서 일본인 저자의 책이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영토 문제가 국경을 넘나드는 영혼의 길까지 막아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한국, 중국, 대만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가 풍부하고 안정된 시장으로 성숙한 단계를 맞았다"며 "동아시아문화권의 파괴는 아시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두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하루키는 "영토 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국민감정이 아닌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감정적인 최근 분쟁 양상을 빗대 "싸구려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고 머리에 피를 솟구치게 하지만 날이 밝으면 두통만 남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싸구려 술을 베풀며 소동을 부추기는 정치가나 논객을 조심해야 한다"며 "중국의 행동(일본 서적 판매금지)에 보복하지 말고 어떤 사정이 있든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경의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중국의 일제 불매운동과 비공식적 경제 재제에 직면한 일본 재계도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재계 대표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은 28일 중일수교 40주년 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해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 해도 상대가 문제라고 말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비판했다. "센카쿠에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후퇴나 타협은 없다"는 노다 총리의 26일 유엔총회 연설을 반박한 것이다.

     (2012-09-29 한국일보 도쿄=한창만특파원/이훈성기자)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3·사진)가 28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간 영유권 갈등을 우려하는 기고문을 아사히(朝日)신문 1, 3면에 게재했다. 그의 글은 아시아 전체에 전달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글의 내용이 최근 영토 문제로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국내를 겨냥한 것이어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기고문을 요약한 글.

     최근 20년 사이 동아시아에서 달성한 가장 기쁜 성과 중 하나는 고유의 ‘문화권’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내 경험에서 말하면 “여기까지 오는 길은 참 길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만큼 열악했다. 얼마나 심했는지 여기서 구체적 사실을 언급하지 않겠지만 최근의 환경은 현저하게 개선됐다. 지금 ‘동아시아 문화권’은 풍요롭고 안정된 시장으로서 착실히 성숙해가고 있다. 음악·문학·영화·TV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는 자유롭게 등가로 교환되고 많은 이가 즐기고 있는, 참으로 멋진 성과다.

     예컨대 한국의 TV드라마가 히트를 쳐 일본 국민은 한국 문화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친근함을 느끼게 됐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 숫자도 급격히 늘었다. 그것과 교환적이라고나 할까. 한 예로 내가 미국 대학에 있을 당시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내 사무실을 찾아주었다. 그들은 놀랄 정도로 열심히 내 책을 읽어주었고, 우리 사이에는 서로 나눠야 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바람직한 상황이 생기기까지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문제가 그 같은 달성을 크게 파괴한다는 사실이 한 사람의 아시아 작가로서, 또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난 두렵다.

    국경이란 게 존재하는 이상 아쉽게도 영토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이슈다. 그러나 이는 실무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또 실무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토 문제가 실무과제를 뛰어넘어 ‘국민감정’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게 되면 그건 출구가 없는 위험한 상황이 된다.

    그건 싼 술을 마시고 취한 것과 같다. 싼 술은 불과 몇 잔에 사람을 취하게 하며, 머리에 피를 솟구치게 한다. 사람들의 목청은 커지고 그 행동은 조폭(粗暴·조잡하고 폭력적)해진다. 논리는 단순화돼 자기반복적이 된다. 그러나 한바탕 요란하게 소란을 벌인 뒤 밤이 밝으면 나중에 남는 것은 두통뿐이다. 그런 싼 술을 폼 잡고 흔들어대며 소란을 부추기는 정치인이나 논객을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의 기초를 굳건히 한 것도 제1차 세계대전에 의해 잃어버린 영토의 회복을 일관되게 그 정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정치인이나 논객은 신나게 그럴싸한 말을 들이대며 국민을 선동하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실제 상처를 입는 건 현장에 서 있는 우리 개인이다. 싼 술을 마신 뒤의 취기는 언젠가 깨게 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이 왕래하는 길을 막아선 안 된다. 그 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랜 세월 피가 배어나는 노력을 해 왔던가. 그리고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지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명되고 있는 일본 소설가. 1949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1979년 데뷔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았고, 『노르웨이의 숲』『댄스댄스댄스』『태엽감는 새』『1Q84』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냈다.

     

    (2012-09-29 중앙일보 김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