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개막 연설서 "시리아 사태 의제 포함하자" 제안
양적완화 출구전략 정책공조 중점 논의…선진국-신흥국 시각차
시리아 사태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아우르는 최상급 세계 경제협의체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식 개막했다.
G20 정상회의는 G20 회원국 정상과 스페인,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등 6개 초청국 정상,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7개 국제기구 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정 러시아 시절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서 서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핀란드만 연안의 콘스탄티노프궁에서 막을 올렸다.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회의 시작 전 궁전 입구에 혼자 서서 회의장에 도착하는 각국 정상들을 일일이 맞아 악수를 나눴다.
거의 마지막으로 회의장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도 반갑게 악수하며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참석자들은 오후 5시 무렵 회의장에 모두 입장했고 20분쯤 뒤 회의가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G20의 노력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되거나 통제되고 있지만 세계경제를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성장 궤도로 되돌려 놓으려는 과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구조적 위기와 심각한 경기 침체 요인들이 유지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들의 건설적 논의를 촉구했다.
푸틴은 이어 시리아 문제를 회의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일부 회의 참석자들이 원래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국제정치 현안, 특히 시리아 사태 등을 논의하자고 요청해왔다"며 "이와 관련한 논의를 오늘 업무 만찬 시간에 하자"고 제안했다.
푸틴의 연설에 이어 곧바로 '성장과 세계경제'를 주제로 한 제1 세션 토의가 시작됐다. 제1세션 토의가 끝난 후 정상들은 본 회의장인 콘스탄티노프궁에서 인근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으로 자리를 옮겨 업무 만찬을 하면서 '성장과 포용적 개발'을 주제로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업무 만찬 뒤에는 문화행사도 개최된다.
이튿날 정오부터 재개될 제2 세션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주제로 한 토의가 이어지고 업무오찬에선 '성장과 무역'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제2 세션에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선도발언'을 할 예정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의제는 미국의 출구 전략에 따른 각국의 정책 공조 문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방침이 가시화하면서 국제 금리가 상승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회원국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출구 전략을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양적완화 조치가 종료되는 경제 정상화 과정의 일부로 이해하는 선진국과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경제운용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신흥국 간의 견해를 좁히는 것이 과제다.
국제금융체제 개혁 문제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기존 국제통화기금(IMF) 위주의 국제금융체제를 보완하고 국제 금융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금융안전망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의장국으로서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의제는 일자리 창출과 포용적 성장 과제다.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 의제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길 바라고 있다.
정상들은 이밖에 다자통상체제 강화와 보호주의 저지 방안, 금융위기 대응으로 약화한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 국제적인 조세회피 및 탈세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경제 문제 협의체란 G20의 본래 성격에도 올해 정상회의에선 시리아 사태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시리아 문제가 공식 의제로 잡히거나 별도 세션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모인 자리인 만큼 피해갈 수 없는 주제가 됐다.
시리아 공습을 추진하는 미국과 군사개입에 강하게 반대하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나누어질 두 진영이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이밖에 G20 회의장에선 활발한 다자 및 양자 외교도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회동이 관심을 끈다.
G20 개최를 앞두고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러시아 임시 망명과 시리아 군사공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푸틴과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의 양자회담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두 정상이 논의해야 할 양자 문제와 국제 현안이 산적한 만큼 G20 회의 기간 중 어떤 식으로든 별도 회동이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3-09-05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