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상상력

야곱의 상상력

"라만이 이르되 내가 무엇으로 네게 주랴. 야곱이 이르되 외삼촌이 내게 아무것도 주시지 않아도 나를 위하여 이 일을 행하시면 내가 다시 외삼촌의 양떼를 먹이고 지키리이다. 오늘 내가 외삼촌의 양떼에 두루 다니며 그 양 중에 아롱진 것과 점 있는 것과 검은 것을 가려내어 또 염소 중에 점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을 가려내리니 이 같은 것이 내 품삯이 되리이다."(창세기 30장 31,32절)   야곱은 외삼촌댁에 머물면서 외삼촌의 딸 라헬과 연애하였다. 이런 야곱의 사랑을 미끼로 외삼촌은 야곱을 14년간이나 무임금으로 일을 시켰다. 드디어 14년 만에 야곱이 외삼촌에게 말하기를 "나도 이제는 자립하여 살아가는 기반을 닦아야겠습니다." 하니 외삼촌 라반이 "내가 네게 무엇을 해 주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 물음에 대한 답 속에 야곱의 남다른 상상력과 지혜로움이 드러난다.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내가 돌보는 양떼와 염소 떼 중에서 얼룩무늬 있는 것들과 점박이 있는 것들을 내 몫으로 주십시오."   외삼촌이 양떼를 둘러보니 그런 양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꺼이 그렇게 하라고 응했다. 그러나 야곱의 이 제안 속에 원모심려(遠謀深慮)가 있고 남 다른 상상력이 깃들어 있는 줄을 라반은 알 길이 없었다. 그 후로 야곱은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얼룩무늬 모양을 만들고는 양떼가 물을 마시는 개울 바닥에 깔아 놓았다. 물 마시려 온 양들은 날마다 얼룩무늬를 보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 얼룩무늬가 양들의 의식과 무의식 깊숙이 베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짝짓기를 할 때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얼룩무늬 있는 상대를 찾게 되었다. 결국은 얼룩무늬 있는 양들이 무더기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야곱의 재산은 날로 늘어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야곱의 이런 발상(發想)이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발상이 솟는가?   꿈속에서 하늘에 걸린 사다리를 보고 그 사다리 꼭대기에 계신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영적 깊이와 추구가 있는 사람에게 임한다. 모든 탁월한 상상력의 기초는 영적 상상력이다. 영적 상상력의 기초 위에 창조적 상상력이 솟아나고 그 위에 예술적 상상력과 정치적 상상력이 자라나게 된다.   (2012-08-30 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