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랑스런 대한민국 만들기

위대한 문화유산 태극기

Smart Lee 2015. 6. 6. 20:27

 

태극기 우주만물의 원리를 형상화하다 태극기는 우주만물의 탄생과 자연의 순환을 형상화한<br>미적으로도 아름답고도 사상적으로도 심오한 자랑스러운 우리 국기입니다. 

미국 유학 시절 중국철학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 중국 교수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세계에서 가장 철학적인 국기는 한국의 국기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태극기처럼 우주의 ‘오묘한’ 진리를 담고 있는 국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국기들은 일차원적인 상징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국기를 보십시오. 가운데 있는 나뭇잎은 캐나다에 흔한 단풍나무 잎이고 양쪽의 빨강 줄은 각각 태평양과 대서양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주 단순한 상징이지요? 그에 비해 우리 태극기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상징 중에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태극팔괘를 사용하고 있어 그 의미가 심오하기 짝이 없습니다.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가 미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 처음으로 사용되었고 이듬해 정식 국기로 채택되었다. <출처: 안전행정부>

1882년 최초 사용된 후 1883년 정식 국기로 채택

그래서 그런지 우리 한국인들은 자국의 국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너무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그 깊은 의미를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태극기에 대한 기존의 설명들이 어렵다는 것도 한 몫 할 겁니다. 워낙 상징성이 높은 심벌들인지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런가 하면 태극기의 유래 역시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아닌 듯합니다. 새로운 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렵고 복잡한 것을 다 알아야 태극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태극기를 이해하려 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만 보려고 합니다. 특히 우리 국기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할 때 유용한 설명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국기의 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조선을 공격했던 일본의 군함인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1876년 일본과 조약을 체결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조선의 관리들이 일본의 국기를 보게 되면서 조선도 국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1882년 박영효가 미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 처음으로 국기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태극기를 실제로 만든 것은 박영효가 아니라 역관이었던 이응준이었다는 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박영효는 이응준이 만든 것을 가지고 4괘의 좌우만 바꾸었다는 것이지요. 어떻든 이 사건을 계기로 다음 해(1883)에 태극기는 조선의 정식 국기로 채택됩니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신생 대한민국은 1949년 10월에 태극기를 국기로 지정하게 됩니다.

우주 만물의 상징, 태극

태극기는 잘 알려진 것처럼 흰색 바탕에 태극과 4개의 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됩니다. 즉 흰색 바탕은 우리 민족이 평화를 사랑하는 모습, 즉 밝음과 순수를 상징하고 태극은 우주 만물이 이 음양(태극)으로부터 창조되듯이 우리 민족의 창조성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건곤리감()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불리는 사괘는 음과 양이 어울리면서 변화해가는 우주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설명들은 너무 일반적이라 외국인에게 태극기를 설명할 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태극기에서는 어떤 요소를 가장 부각시켜 설명해야 할까요? 이름이 태극기이니 태극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 태극은 생각 외로 그 진가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태극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상징 가운데 아마 최고일 겁니다. 왜냐하면 그 단순한 도형이 자연과 우주의 가장 깊은 면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간단한 것을 가지고 전체를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태극이라는 도형은 얼마나 단순합니까? 원이 두 부분으로 나눠진 것 그것이 전부이니 말입니다. 이것은 이 우주가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힘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그다지 대단한 발상은 아닙니다. 세상에 여자와 남자가 있듯이 사물이 음과 양적인 요소로 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발상입니다. 그보다 태극이라는 상징의 ‘천재적인 독창성’은 음과 양이 만나는 경계의 곡선에 있습니다. 부드러운 S 자 곡선으로 서로 맞물려 있지요? 이 모습은 일단 음과 양이 아주 조화로운 관계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태극을 만든 중국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나타냅니다.

혹자는 태극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에도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국수적인 발언입니다. 문제는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이 사용하고 발달시켰느냐에 있습니다. 사실 중국인들은 이 태극을 먼저 만들었으면서 한국에 ‘빼앗긴(?)’ 것을 대단히 애석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젠 누가 뭐래도 태극은 한국 것처럼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동북공정이나 강릉단오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태극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안 합니다. 이것은 아마 우리가 태극기를 오래 전부터 써온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태극의 오묘한 원리와 4괘의 풍부한 상징

 

 

본래 태극에는 음과 양의 정점을 상징하는 두 개의 점이 있다.

 

 

태극의 묘미는 이제부터입니다. 태극기의 태극에는 빠진 게 있습니다. 태극은 원래 원의 양쪽에 점이 있어야 합니다. 왼 쪽에 있는 점은 양의 정점을 상징하고 오른 점은 음의 정점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양의 정점에는 순양()을 상징하는 건() 괘가 있고 음의 정점에는 순음()을 상징하는 곤()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점들이 상대 영역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점이 되는 순간 상대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순양이 되는 순간 이미 음의 기운이 시작된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고대 중국 문명이 제시한 뛰어난 지혜입니다. 모든 일이 이렇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잘 나갈 때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것은 절기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여름에 한참 더운데 입추()라고 하지요? 그것은 더움이 극에 달해 이미 서늘함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태극이 바로 이러한 자연의 진행과정을 극명하면서도 단순하게 보여주는 최고의 상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괘입니다. 이 태극에서 두 가지 기운 즉 양(―)과 음(--)이 나오는데 이것은 효()라고 불립니다. 이것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이어진 선’과 ‘끊어진 선’인데 이것을 배합해서 자연과 인생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4괘(혹은 4상)가 되고 발전하여 8괘가 됩니다. 팔괘는 각각 자연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하늘, 땅, 못, 불, 지진, 바람, 물, 산을 상징합니다. 태극기에는 이 가운데 ‘하늘(건)’과 ‘땅(곤)’과 ‘불 혹은 여성(리)’과 ‘물 혹은 남성(감)’과 같은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상징하는 괘를 선정해 배치했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남녀(혹은 물불)가 다 있으니 우주의 중요한 것은 다 있는 셈입니다. 이 네 개의 괘는 돌아가면서 계속 순환발전을 합니다. 이것은 우주의 순행원리와도 일치합니다. 학자에 따라 이 괘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른데, 건은 천도()로서 정의를, 곤은 지도()로서 풍요를, 리는 화성()으로 광명을, 감은 수성()으로 지혜를 상징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데니 태극기의 모습. 고종이 당시 외교고문이었던 미국인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이다.

 

우리 태극기는 이렇게 간단하게만 보아도 무궁무진한 상징과 의미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 우리가 기억할 것은 태극의 오묘한 원리와 4괘의 풍부한 상징성입니다. 이것을 아주 간단하게 재언하면 태극기에 흐르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기운이 상극 관계가 아니라 상생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이런 멋진 태극기를 국기로 삼고 있으면서 사는 모습은 그에 못 미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관련링크 : 네이버뮤지엄에서 '태극기' 전시 보러가기

최준식 이미지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문화와 인간의식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대표 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