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납덩이처럼 가슴이 무거웠을까.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듯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위안부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 특별시사회가 열린 지난 1월 30일 뉴저지 에지워터 멀티플렉스 극장에 모인 관객들은 한결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실상에 몸서리쳤다.
이날 관객들은 10대부터 중노년까지 다양했다. 외국인 관객들도 20%의 비중을 차지했다. 관객 중에는 세계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건립된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제임스 로툰도 시장과 고든 존슨 뉴저지 하원의원 등 주류 정치인들도 함께 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소녀들의 처절한 고통의 삶에 로툰도 시장의 눈자위도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관객들은 "어렴풋이 알았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영화를 통해 보고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며 "그간 남의일처럼 관심없었던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한 남성 관객은 "아내와 함께 왔는데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많이 울고 충격을 받아서 끝까지 보기가 어려웠다. 정말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이 실감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알려진대로 '귀향'은 1943년 열다섯살의 나이에 끌려가 지옥과도 같은 생활을 한 강일출(88) 할머니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강일출 할머니는 다른 병든 소녀들과 함께 산 채로 불구덩이에 내던져질 위기에서 조선 독립군에 의해 극적으로 탈출한 후 그림을 통해 일제의 만행을 증언했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에서 강할머니의 작품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충격을 받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투자자를 얻지 못해 스탭과 배우들은 재능기부로 힘을 모았고 7만3천여명의 시민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보태 무려 14년의 제작기간 끝에 지난해 12월 첫 시사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번 미주 시사회는 지난달 23일 로스앤젤레스 생명찬교회 상영을 시작으로 28일 코넷티컷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 29일 워싱턴DC 노던 버지니아 칼리지, 그리고 마지막 일정을 미디어조아(대표 한지수) 후원으로 뉴욕에서 펼쳐졌다.
영화를 본 안해원 씨는 "20만이 넘는 소녀들 대부분이 전쟁터에서 성노예를 강요받다가 고통스럽게 죽거나 영영 고향땅을 밟지 못한게 아닌가. 혼백이라도 돌아오기 바라는 '귀향(鬼鄕)'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가슴아프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팰팍의 위안부기림비 조경을 무료로 돌보고 있는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치시민모임) 백영현 공동대표는 "흥행이 안될 것을 알고도 자신의 청춘 14년을 바친 조정래 감독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것은 용기라고 생각한다. 조정래 감독을 비롯해 참여한 스탭과 배우들을 열렬하게 성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백영현 대표는 "한국 언론이 '귀향'을 집중적으로 소개해야 한다"면서 "감독은 14년을 바쳐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걸 볼 두시간도 못낸다는건 말이 안된다. 해외동포와 국민 전체가 '귀향' 보기 운동이라도 벌이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