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선진화와 기후변화협약

Smart Lee 2008. 3. 25. 02:32

[이홍구칼럼] 선진화와 기후변화협약

‘샌드위치 코리아’라는 유행어는 경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일본과 무서운 속도로 매년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날로 가중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선진화 원년을 선포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도 저만치 앞질러 가는 선진국들과 바짝 추격해 오는 후발국들 사이에서 우리는 더 이상 ‘샌드위치 코리아’로 머뭇거릴 수 없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경제발전의 중간지대에서 샌드위치가 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선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은 일단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오직 한 방향, 즉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질적 내용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세계에선 선진화의 기준이 단순한 경제성장 및 경쟁의 차원을 뛰어넘어 인류가 함께 처한 공동의 위협,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되는 엄청난 재앙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에 연관시켜 심도 있게 토론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의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은 인간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저지른 인재(人災)로,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위기에 대처하는 비용은 또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앞으로 선진국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생각한다면 선진화의 의미와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주 일본에서 개최된 G20, 즉 한국을 포함한 20개국 환경·에너지장관 회의에서도 지난해 12월 발리 기후변화회의에서 합의된 추진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 간에 기후변화의 책임과 대처방안의 선택 및 비용 부담 등을 놓고 심각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중국·인도·브라질·남아공·멕시코 등이 대표하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혁명 이후 공업화에 앞서간 선진국들이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며 그러기에 오늘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데 앞장서야 하고 환경기술개발과 개발도상국의 노력을 지원하는 비용의 대부분을 감당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으로선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보다는 빈곤 퇴치를 위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동참하는 공동의 규제와 노력 없이는 기후변화에서 말미암은 재앙을 예방할 수 없으며 그의 일차적 피해자는 바로 빈곤한 나라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 인류가 처한 기후변화의 명백한 위기에 대해 공감은 하고 있지만 대처방안을 놓고는 이견과 대결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으로 내닫고 있다. 그 가운데서 한국의 위치는 어떠한가. 국내총생산으로 본 경제력은 세계 12위인 OECD 국가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7년 선진국의 온난화가스 배출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체결될 때에 한국은 다행히 감축의무 미부담국으로 분류됐다. 사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여러 경고에 접하면서도, 또한 인접국의 대기오염에서 비롯되는 피해를 피부로 느끼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국가적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은 바로 감축의무 미부담국이란 위치가 준 의무감의 결여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2009년 말로 협상 종료를 목표하고 있는 포스트 2012, 즉 교토의정서 이후의 기후변화에 관한 새 국제체제 구축 과정에서는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서서 응분의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겠다는 입장을 일찍부터 확정지어야 할 입장이다. 이것은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상황의 논리를 따르는 것으로, 인류가 함께 처한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 우리는 더 이상 중간지대의 ‘샌드위치 코리아’가 아니며 규범과 실용 양면에서 선진화된 나라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웃과 세계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2008.03.24 이홍구 전 총리· 중앙일보 고문]

 

G20 회의서 선진국-개도국 견해차 재확인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20개국(G20)은 일본 회동에서 교토의정서의 후속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력키로 합의했으나 세부사항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견을 좁히는데는 실패했다.

일본 지바(千葉)에서 16일 폐막한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일본이 내놓은 산업별 접근법에 대한 개도국의 반대가 거셌다. 산업별 접근법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국가별이 아닌 산업별로 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개도국들은 이 방안이 선진국에만 유리하고 무역 보호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일본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산업상은 산업별 접근법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업종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방안을 옹호했다.

그러나 아르투로 곤살로 아이스피리 스페인 기후변화 예방담당 사무총장은 "산업별 접근법은 국가별 목표치 설정을 대체할 만한 방안이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세르히오 세라 브라질 기후변화대사도 "공평하고 무역 보호주의로 흐르지 않은 산업별 접근법이 마련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가모시타 이치로(鴨下一郞) 환경상은 "참석국가들이 공통의 원칙은 재확인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신흥국가 간 입장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선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마르티누스 벤 샬크윅 남아공 환경장관 또한 "산업별 접근법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은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편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15일 자신의 기후변화 활동을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 '더 클라이밋 프로젝트'의 인도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기후변화 위기 해결을 위한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인도가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03.17 지바.마쿠하리.뉴델리 AP.AFP=연합뉴스)
 

      선진국은 200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내놔야   

 

‘발리 로드맵’은 당초 폐막 예정이던 14일 오후 5시를 넘기고 15일 오후에야 겨우 나왔다. 회담에 참여한 당사국들이 ‘로드맵’이 도출되는 막판까지 치열하게 맞붙었기 때문이다. 당초 유럽연합(EU)은 ‘로드맵’에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연구결과대로 주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이를 끝까지 반대하다가 결국 “당장은 아니지만 2009년까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협상 막판에는 또 다른 온실가스 배출 대국(大國)인 중국, 인도가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할 때 각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해 시간이 더 걸렸다.


◆무슨 내용이 담겼나

우선 주요 선진국들은 2009년 11~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때까지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놓아야 한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유럽연합을 비롯한 39개 선진국이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5.2%의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한 것처럼, 선진국들이 새로운 감축 의무를 설정키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 실무진들은 내년 3월부터 감축 목표치를 얼마로 잡을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이 ‘선진국(Developed Country)’그룹에 포함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로드맵에는 선진국이라는 표현만 들어갔을 뿐, 선진국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요건은 전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고윤화 대기보전국장은 “로드맵에 들어간 ‘선진국’이란 문구는 유럽연합이 어떤 형태로든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협상 막판에 부랴부랴 삽입한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국가간 협상에서는 ‘선진국’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5일 유엔기후변화협약 13차 당사국 총회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환경운동가가 지구가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뚫고 손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인 미국이 이번 회담의 막판까지 버틴 것은, 결국 경제적 문제가 컸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경제 구조 때문에 섣불리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장담할 수 없었던 것. 반면 EU 가입국들은 풍력(덴마크), 원자력(프랑스) 등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독일은 에너지 효율적 산업 구조를 갖추는 식으로 오래전부터 대비해왔다. 영국의 경우 제조업에서 금융으로 경제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비슷한 처지다. 온실가스 주범인 화력발전이 전체 60%를 넘는 여건상, 기업들에게 에너지를 조금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5년 동안 평균 5% 줄이려면 매년 국민총생산(GNP)이 0.5% 감소한다. 결국 대체에너지 개발, 에너지 고효율 생산 방식 등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국가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결국 이번 로드맵에 명시된 ‘선진국’ 그룹에 우리나라가 포함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선진국에 포함되면 2009년까지 의무 감축 목표치를 설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최소 2년간은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자발적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느 쪽이 좋은지에 대해선 우선 국내 논의가 앞서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이자 온실가스 9위 배출국이라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은 물론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이 총체적으로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자발적으로 선진국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래권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환경국장은 기후변화협약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며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기후변화 체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우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국내에서 에너지 고효율 경제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더불어 해외에 기후변화 관련 투자와 기술 수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토의정서에서 발리로드맵까지

1979년 2월 스위스 제네바 세계기후회의(기후변화를 다룬 최초 국제회의)
1992년 6월 리우 지구 정상회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
1995년 3월 독일 베를린 기후변화협약 1차 당사국 총회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 채택(일본 교토 3차 당사국 총회)
2001년 3월 미국 교토의정서 탈퇴
2004년 11월 러시아 교토의정서 비준: 의정서 발효 요건(55개국 이상 서명) 충족
2005년 2월 교토의정서 발효
2007년 12월 발리로드맵 채택(인도네시아 발리 13차 당사국 총회)
2009년 11월 덴마크 코펜하겐 15차 당사국 총회(교토의정서 이후 체제 결정)
2012년 12월 교토의정서 만료
2013년 1월 포스트(post) 교토의정서 체제 시작

2007/12/19 조선일보 이위재 기자(발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