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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황금찬 시인 36번째 시집 ‘고향의 소나무’ 펴내

Smart Lee 2008. 9. 21. 10:19

 

 

“행복해지기 위해 죽는 날까지 詩 쓸 것”

 

90세 황금찬 시인 36번째 시집 ‘고향의 소나무’ 펴내

 

 “우리나라에서는 일흔만 되면 시인들이 현역에서 은퇴하고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아요. 나는 이것을 사회적인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는 80, 90세까지 활발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 병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매년 시집을 내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지요.”

 

올해 만 90세를 맞은 원로시인이자, 젊은 시인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고령 현역 시인 황금찬씨가 지난 1년여 동안 쓴 시 80여편을 묶어 신작 시집 ‘고향의 소나무’(시학)를 내놓았다. 1947년에 월간 ‘새사람’을 통해 등단한 뒤, 60여년 동안 멈추지 않는 시작의 길을 걸어온 시인의 서른여섯번째 시집이다.


90세에 신작 시집을 내놓는 육체적·정신적 저력이 놀랍고, 서른여섯권째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다작의 열정이 존경스럽다고 말하자, 시인은 생전에 피천득씨와 나눈 대화 한 조각을 끌어왔다.

“내가 시를 열심히 발표하니까, 피천득씨가 ‘당신은 왜 그렇게 많이 써, 어떻게 그렇게 많이 써’라고 물었어요. 그때 내가 ‘죽지 않으려고 씁니다’라고 답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시인이고,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쓰는 것이죠. 시를 쓰는 것이 행복해요. 만약 더 이상 내 시집이 나오지 않으면, 이 세상에 없는 걸로 알아주세요.”


‘보릿고개’, ‘촛불’ 등 수많은 시를 통해 따뜻한 서정적 진실을 건넸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겸허한 생활 태도로 주변의 존경을 받아온 시인답게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따뜻하고 평온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평온함 속에 시집 제목처럼 소나무에 대한 시들이 눈에 띈다.


시인은 “소나무는 우리 겨레와 아주 오래 시간을 보낸 나무”라며 “소나무는 고향 그리고 조국과 같은 것인데 요즘 사람들은 이제 고향도, 조국도 너무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안타까워서 소나무를 주제로 시들을 썼다”고 말했다. 그 안타까움 속에 그는 “소나무는 사람의 성품을/ 사람만큼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소나무를/ 친구 중의 친구로/ 사귀고 계셨다// 혼자 외로우실 때/ 소나무 숲을 찾아가신다”(시 ‘소나무와 아버지’ 중에서)라고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근원적 존재에 대해 풀어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해 동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돌아오면서 이제 외국 여행은 그만둬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해외여행을 그만둔 것 빼놓고는 별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평생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을 듣고, 걷기 운동을 즐기며 순간순간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시작 생활 60여년을 돌아보니 시는 결국 ‘행복’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시가 좋다. 시를 읽고 행복해야 그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선하고, 착하고, 행복한 시 말이다”라는 그는 “내 스스로도 행복해지기 위해 시를 쓰고, 또 내 시를 읽은 사람이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만년의 ‘행복시론’을 폈다.            

 

<문화일보 참조>

‘기독교 문학’ 대신 ‘신앙 문학’으로

황금찬 시인, 「창조문예」 10주년 특별 대담서 밝혀

황금찬 시인. ⓒ창조문예 제공

원로시인 황금찬 씨(90)가 ‘기독교 문학’이라는 말 대신 ‘신앙 문학’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시인은 창조문예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 대담에 참석해 기독교 작가들이 가져야 할 작가의식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황 시인은 “나는 사실 ‘저 작가는 기독교 작가다’, ‘저 작품은 기독교적인 작품이다’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기독교 문학이라는 말은 서양에는 없고 일본과 대만,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불교적인 문학도 있고 유교적인 문학도 있기 때문에 기독교 문학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 문학’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대는 기독교를 상식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영혼으로 접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문학이라는 관념적인 말보다는 ‘신앙 문학’이란 말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신앙 문학을 한다면 구약이 아닌 신약을 써야 한다. 즉 예수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구약은 문학에서 이미 다 써먹은지 오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은 예수님”이라고 말한 황 시인은 “예수님은 그 시대에 없었던 ‘에바다’나 ‘달리다굼’ 같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셨는데, 이 말 안에는 절대성이 담겨 있었다”며 “지금 우리들이 쓰고 있는 말에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 우리의 언어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고의 시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데 우리가 왜 좋은 시를 못 쓰겠냐”며 “좋은 시를 쓰려면 신앙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언어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것을 알고 나서 신앙 문학으로 새롭게 출발하자”고 했다.

 

(2007-02-16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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