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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국에서 위기해결 주도국으로..

Smart Lee 2008. 11. 16. 23:42

구제금융국에서 위기해결 주도국으로..

글로벌 위기극복 과정서 주목받는 한국 

G20(서방 20개국) 정상회담에서 차기 회의 때까지 준비해야 하는 각국의 액션플랜 이행방안을 G20의 공동의장국인 한국과 영국, 브라질이 만들도록 결정함으로써 이번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갑자기 한국이 주목 받고 있다.

10년전 외환위기 당시 허약한 경제체질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굴욕적인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가 이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해결할 세계 공조체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3개국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

 다.

  

 

물론 이 같은 공동의장국은 우리나라의 대내외적인 역량이 그 사이 그만큼 커져서라기 보다는 순번제 의장국으로써 당연히 맡게된 측면이 크지만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서방 선진국들에서 아시아 신흥국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약소국에서 리더 국가로 변신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동모임인 G20에서 우리나라는 오는 2010년 의장국으로 선정됐다. G20에 끼는 것 자체가 힘든 듯 했지만 일단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로써 아시아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해 이 그룹에 들어갔고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 원칙에 따라 올해 브라질, 내년 영국에 이어 후년에는 우리나라가 1년간 의장국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의사도 반영됐다.

또 이 3개국은 공동의장국으로서 G20의 모든 진행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각국이 5개 공동원칙에 합의하고 그에 입각한 47개 중.단기 실천과제(액션플랜)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시간계획을 공동의장국 주도하에 마련하도록 한 것도 우리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의 일원으로 향후 국제금융체제 개편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만한 역량이 될지, 또 국제사회 역할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당면한 국내 경제의 위기를 해소하는데 소홀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도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줄 정말 몰랐고 아마도 알았다면 의장국을 맡는 것도 더욱 망설였을 것"이라면서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물론 의장국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제 회계문제, 자산 평가, 은행 자본문제, 자기자본 정의문제, 파생상품 위험 감소 조치 등에 대해 협의안을 만드는 것은 참여국의 의중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이번 액션플랜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일정부분 뒤바꾸는,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회담 결과를 놓고 '신브레튼우즈 체제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 3개국 실행방안 어떻게 마련하나
한국과 영국, 브라질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게 없다.

다만 3개국 가운데 한국과 브라질 등 두 나라가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생성된 '금융시장의 무법자'인 파생상품 등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위협을 당하는 나라인 만큼,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규제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책이 실행방안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의 경우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데다 규제기관도 없는 특이한 상품으로, 원래 만들어진 취지는 부도 위험을 시장을 통해 계량화함으로써 시장의 인식을 반영하고 그 자체도 또 하나의 금융상품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나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CDS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국고채의 CDS가 브라질은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보다도 훨씬 높게 나타나는 기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를 조절하거나 대응할 만한 수단이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영국, 브라질과 함께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 비록 G20의 폭넓은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이익이 달린 문제를 좀 더 이슈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국장도 "우리가 혼자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아무래도 우리에게 시급하고 관심이 있는 이야기를 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의의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3개국은 이번 G20 정상회담의 합의를 반영해 빠르면 내주부터 협의를 갖고 3개국의 공무원 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와 IMF의 전문가 등이 참가하는 작업반을 만들어 구체적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2008.11.16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김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