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노동법
저자: 정상원
발간일: 2008. 11. 27
21세기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제 1 교역상대국이자 제 1 수출상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실제로 이미 수만 개에 이르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연간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밀접해진 한.중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회의 근본 토대라 할 수 있는 중국법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나 체제와 이념이 다른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2007년 중국의 민법을 번역한 데 이어 《중국노동법》을 최초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이 책은 학문적인 관점에 치중하지 않고 노동법 전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는 기본서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현직 검사를 비롯하여 국내 법률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우리 법률 용어로 알기 쉽게 번역하여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노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각종 노동 관련 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책은 기업의 실무자들이 늘 가까이 두고 참고할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리라 기대된다.
현직 검사가 번역한 우리나라 최초의 중국노동법서
중국의 노동법은 사회주의라는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라는 경제체제 간의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오랜 세월 노동 입법이 지연되어왔고, 학문적 성취 역시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노동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
중국은 1983년 국제노동기구(ILO)에 복귀한 이래 2002년 이사회에 진출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국제노동기준에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따라서 향후 시장경제 질서의 도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와 유사한, 세계 수준의 노동입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중국 고유의 노동법 법리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며, 나아가 중국이 국제적 노동기준에 편입됨에 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문제에 대한 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중국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된 논문보다는 노동법 전반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본서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실무가들이 늘 가까이 두고 각종 노동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읽고 참조할 수 있는 기본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중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정상원(鄭尙元) 교수의 노동법 교과서를 번역한 것이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만남, 오랜 공백 끝에 완성된 중국노동법
중국에서의 노동법은 위에 언급한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어, 중국 건립 직후 1950년에 노동조합법을 제정한 것 외에는 추가적인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장기간의 입법 공백 상태를 거쳐야만 했다. 1980년대를 거쳐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이 정착됨에 따라 1995년 중국 최초의 노동법이 제정되었으며, 2007년 노동계약법과 노동쟁의조정중재법이 각각 통과되어 2008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사실상 단행법률 형태로서의 노동입법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노동입법이 지연된 이유는 개혁개방 이전의 계획경제체제하에서는 노동력을 비롯한 자원이 시장이 아닌 공권력에 의하여 배분됨에 따라 노동법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입법의 지연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노동법학이 독립적 학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등 학문적 성취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노동법에 대한 연구는 최신 이론의 연구라는 학문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 기업의 보호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노동법의 특징
본 번역서는 제1편 노동법 기초이론, 제2편 노동관계의 협조, 제3편 노동권리보장 관련 법률, 제4편 사회보험과 근로복지법, 제5편 노동절차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하에서 설명하는 주요 특징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정치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헌법은 수차례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제1조에서 인민민주주의 독재를 기초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임을 명백히 선언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 세계와는 그 법적 토대에 많은 차이가 있다.
노동기본권 중국 헌법에서는 노동기본권으로 추상적 권리인 노동권(제42조)을 규정하는 외에 구체적 권리로서 휴식권(제43조), 사회보장권(제45조) 및 결사권(제35조)을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법 제3조에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헌법은 노동기본권으로서의 단체결성권을 일반적인 결사권의 일종으로서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더 나아가 쟁의권 내지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노동법에서는 노동쟁의와 관련하여 절차상 권리로서 ‘노동쟁의 처리를 요구할 권리’를 인정함에 그쳐 세계 각국의 입법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약, 단체협약과 규장제도 중국에서 기업은 소속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내부규칙으로서 규장(規章)을 제정할 권리가 있는 반면에, 엄격한 법적 절차와 형식에 따라 근로자 개인과는 노동계약을, 노동조합과는 단체협약을 각각 체결하고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 이 규장 제도는 기업에게 경영권적 측면에서 인정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자의 이익과 관련된 때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대회의 협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 한편, 여기서의 근로자대표대회는 노동조합과는 전혀 다른 조직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헌법 및 노동법에서 근로자에게 근로자대표대회 등을 통한 민주적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유기업에서의 노동조합은 근로자대표대회의 사무기구에 불과하지만 비국유기업의 노조는 독립된 별개의 조직으로 존재한다.
노동쟁의처리 중국에서는 일조일재이심(一調一裁二審)의 노동쟁의처리제도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즉,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기업 등에 설치된 노동쟁의조정위원회의 조정 및 전문기관인 노동쟁의중재위원회의 중재를 거친 후라야 비로소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노동쟁의중재위원회의 중재결정이 종국적인 효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가 불복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국식 노동쟁의 처리제도에 대하여는 절차가 복잡하고 지연되며 노동쟁의중재위원회가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비판이 가해지고 있으며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
이 책은 중국 노동법 교과서에 대한 국내 최초의 번역서로서 앞으로의 관련 연구를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더욱이 노동법, 노동조합법, 노동계약법, 노동쟁의조정중재법 등 중국의 주요 법률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한 일부 지역의 하위법령을 소개하고 있어, 중국에서 각종 노사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기업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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