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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길을 처음 걸을 때는... |
두레수도원이 있는 동두천 소요산 기슭에는 어제부터 함박눈이 쏟아져 10Cm가 넘게 눈이 쌓였다. 오후에 여느 때처럼 등산채비를 하고는 둘레 길을 걸었다. 한적한 산길이어서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이기에 발자국마다 정성을 모아 걸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마치 음악소리처럼 마음에 신선하게 들렀다.
이렇게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걸을라치면 백범김구(白凡金九)선생이 남긴 글귀가 떠오르곤 한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걸을 때는 조심할지어다. 그대가 남긴 그 발자취를 뒤 따르는 사람들이 밟고 따라올지니.." 대충 이런 내용이다.
오늘 산행 길에 이 글귀가 유달리 마음에 닿는 것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로 인하여서이다. 나는 70넘은 나이에 남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 해 보지 않은 일을 시작하고 있다. 애초에 두레마을 공동체도 그러하거니와 두레수도원도, 숲속창의력학교도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들이다. 그러기에 아직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눈길을 밟으며 백범 선생의 글을 생각하고 그리고 처음 가는 길이요, 처음 하는 일이니 조심조심 하여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보다는 조심성이 더하여지는 점이다. 젊은 날에는 비록 좋은 일을 하면서도 치기가 있어 “실패하여도 제자리다. 인생살이 연습은 있기 마련이다"하고 덤비다가 시행착오를 거듭하곤 하였으나 이제 70이 넘어서게 되니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이제는 실패할 수 없는 나이이다. 차분히 정도(正道)를 걸으며 목표점에 안착(安着)하여야지.” 하는 신중함이 있어지게 되어 다행스런 일이다.
(2012-12-07 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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