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철학에서 근세철학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데칼트(1596~1650)란 철학자가 있다. 그가 젊은 날 군 병영에서 보초를 서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짧은 문장에서 근세철학이 시작 되었다. 라틴어로 Cogito는 일인칭 단수 주격이다. 중세철학에서는 신이 만사에 주체가 되어 인간이 주체적으로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데칼트 이후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합리주의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과학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문화가 발전하였다. 그런 발전이 인간을 신에게서 해방시켜 주고, 장밋빛 미래를 열어 줄 것으로 착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1차 대전 2차 대전이 일어나게 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인류는 천국을 스스로 창조하기를 꿈꾸었으나 지옥을 창출케 되었다.
이에 독일의 신학자 불트만(1884~ 1976)이 등장하였다. 그는 세계대전에서 병사로 참전하여 전쟁터의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가 선언하기를 데칼트의 생각이 그릇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게 아니다. 데칼트가 잘못 생각하였다. 죄 많은 인간들끼리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여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 원재료가 형편없는데 인간들끼리 생각하고 행동하여 무엇이 나올 것인가? 죄 짓고 서로 죽이고 부패한 짓들만 할 뿐이다”
그래서 불트만이 말했다.
"Cogito ergo sum이 아니다. Cogitur ergo sum이다."
Cogito가 “나는 생각한다”이나 Cogitur는 수동태가 되어 “나는 생각되어진다”이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여서 인간다워지는 것이 아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에 의하여 생각되어지기에 위대한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이 나를 생각하여 주신다. 그래서 나는 값어치를 지니게 되고 인간다워진다. 나는 사랑 받을만한 값어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여 주시고, 생각하여 주시고, 인정하여 주시기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2013-07-22 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