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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T 작전(1) |
DDT작전이란 내가 만든 말이다. 청계천 판자촌에서 목회하던 시절이다. 청계천 하류 한양대학 건너편의 강둑에 다닥다닥 들어선 판자촌이었다. 전체가 1,600여 세대였다. 1971년 10월 3일에 그곳에 창립예배를 드림으로 교회가 시작되었다. 내 나이 30세 되던 때이다. 교회래야 판잣집 한 채를 사들여 방들을 헐어내고, 흙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시작한 교회이다. 강대상으로 사과궤짝 둘을 쌓고 그 위에 흰 보자기를 씌운 강대상이었다.
D.D.T 작전(2)
두레선교운동의 두 번째 목표는 "교회가 있는 마을 곧 지역사회를 섬기고 개발한다"는 목표이다. 마을이 없이는 교회도 있을 수 없다. 마을이 있기에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들에 세워진 교회는 없다. 마을이 있어서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교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마을은 초라한 주택들이 연이어 있는데, 그 마을 한 가운데에 세워진 교회는 성곽처럼 우뚝 솟아 있는 교회당도 있다. 참으로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교회는 마을 주민들을 섬기며 마을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여 나가야 한다.
그런 뜻에서 두레선교운동은 시작되던 42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을 섬기고 마을을 발전시키는 것을 선교의 목표로 삼아왔다. 그래서 두레 일꾼들이 마을을 섬기는 방법으로 DDT작전을 적용하여 발전시켜 왔다. 청계천 빈민촌에서 시작하던 때에 그런 다짐으로 시작하였으나, 도중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뜻한 바대로 실천하지를 못하고 자동차 헛바퀴 돌리듯이 헤맨 세월이 있었다.
그렇게 낭비한 세월이 지금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깊다. 그래서 이제나마 이곳 동두천시에서 다시 한 번 실천하여 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동두천시가 DDT작전을 펼치기에 좋은 점이 있다. 시 인구가 10만이 채 못 되는 작은 시인데다 영세민이 많다. 그래서 시의 경제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인 점이다. 이런 불리한 조건들이 오히려 DDT작전을 펼치기에는 좋은 조건이 된다.
D.D.T 작전이란 Door to Door Tackle Operation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이루어진 말이다. 이 작전은 청계천 빈민촌으로 들어가 일 년여를 지난 후, 그간의 선교 경험을 통하여 만들어낸 말이다. 빈민촌의 구조는 판잣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이 있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서너 평의 좁은 방에 다섯 여섯 식구가 살고 있다. 여름에는 습기가 차고 더운데다 겨울이면 냉구들에 한기가 스며든다.
그런 처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교회 일꾼이 맨 처음 하는 일은 무조건 섬기는 일이다. 그 가정에 꼭 필요한 일을 찾아내어 도움을 주는 일이다. 그러나 돕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 접근하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거두게 된다. 대단히 신중하게, 지혜롭게 접근하여야 한다. 그래서 DDT 작전이란 개념이 창출되게 된 것이다.
D.D.T 작전(3)
가난에 찌들어 산다는 것이 고달프기만한 빈민들에게 가장 큰 적은 의욕상실이다. 찌들대로 찌든 현실을 극복하여 나가겠다는 의욕을 잃고 하루하루를 그냥 생존하여 나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내일에의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이다. 그래서 오랜 빈민선교를 통하여 나 나름대로 체득한 교훈이 있다. 굶고 있는 가정에 쌀 한 가마니를 가져다주는 것보다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굶주린 현실을 극복하여 나가겠다는 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빈민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의 첫 단계가 대화의 문을 트는 것이다. 속에 쌓인 한과 울분을 있는 그대로 토해 놓을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청계천 빈민촌 선교시절에 가장 긴 대화를 나눈 경우가 다섯 시간 20분을 들어 준 경우이다. 가끔 고개만 끄덕여 주며 그냥 들었다. 나중에는 졸음이 쏟아지고 하품이 연이어 터졌지만 억지로 참고 들었다.
그렇게 들어주었더니 다음 주일부터 온 가족을 데리고 교회로 나오게 되고 빈민선교에 마지막까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런 경험을 통하여 내가 터득한 대화의 원리가 있다. 진정한 대화는 듣는데서 시작된다는 원리이다. 잘 듣는 사람이 훌륭한 대화자이다. 그 가정과의 관계가 그렇게 흉허물 없는 대화의 자리에까지 나아가려면 먼저 봉사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요구가 없이 소박한 마음으로 그 가정에 필요한 것을 봉사하는 가운데 신뢰가 쌓인다. 신뢰가 쌓이면 대화가 이루어진다. 대화의 문이 열리게 되면 그 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문제들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그 가정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둘째는 그 가정이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에 벅차서 도움을 주어야 할 문제이다. 셋째는 그 가정으로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고, 외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D.D.T 작전은 그런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해결하여 나가는 과정이다.
D.D.T 작전(4)
앞의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D.D.T 작전은 빈민촌 주민들을 한 가정 한 가정 도우며 선교하는 방법이다. 먼저 한 집 한 집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봉사하고 신뢰를 쌓는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고 대화 속에서 그 가정이 직면한 문제들을 찾아낸다. 문제들을 셋으로 나눈다. 첫째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나 의욕을 상실하고 있거나,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여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먼저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용기를 내어 해결하여 나가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둘째는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교회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은 본인들과 교회 일꾼들이 힘을 합하여 해결하여 나간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교회가 최선을 다하여 해결한다. 이렇게 문제들과 부딪혀 나가는 과정에서 더 깊은 신뢰가 쌓인다.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전도가 이루어진다. 신앙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예배에 참석하고 성경을 배우며 복음의 진수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예수를 믿게 되고 교회에 다니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반 교회들은 여기서 멈추게 되는 취약점이 있다.
D.D.T 작전의 진수는 그 다음부터이다. 그가 진정한 바람직한 크리스천이 될 수 있도록 깨우쳐 주고 훈련하는 의식화(意識化)가 복음화(福音化)에 뒤따른다. 의식화에는 세 가지를 내용으로 한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올바른 깨우침으로 믿음의 확신에 이르게 한다. 둘째는 신앙공동체인 교회의 일원으로 교회를 섬기는 바른 자세를 길러준다. 셋째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역사의식(歷史意識)을 일깨워 준다. 이들 세 가지, 복음적인 신앙고백, 교회를 섬기는 바른 자세, 건전한 역사의식이 바른 신앙의 3대 기초이다.
그렇게 의식화 된 교인들을 조직화하여 선교사역에 동역자들로 동원한다. 이런 과정 전체가 D.D.T 작전의 내용이다. < 봉사—신뢰—대화—문제개발—해결—복음화—의식화—조직화—동원 >에 이르는 과정 전체를 D.D.T 작전, Door to Door Tackle Operation이라 부른다. 나는 지난 42년간의 목회생활에서 중도에 언젠가부터 D.D.T 작전을 소홀히 하고 목회의 본질에서 이탈하여 여러 가지 일에 분주하게 되고 산만하게 되었음을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곳 동두천시에서 늦게나마 다시 한 번 되살려 보기를 다짐하고 있다.
(2013-08-20/23 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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