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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떨게 만든 10년 고집 한국형 펜싱의 세가지 힘

Smart Lee 2012. 8. 4. 18:11

유럽을 떨게 만든 10년 고집 한국형 펜싱의 세가지 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빛나는 종목은 '펜싱'이다. 비인기 종목으로 올림픽에만 반짝 주목을 받는 펜싱이 이번에는 제대로 일을 벌였다. 벌써 메달 5개를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획득한 총 메달 갯수가 역대 올림픽에서 딴 메달 갯수보다 많다. 펜싱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딴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남녀 통틀어 금·은·동 각각 1개씩 총 3개의 메달을 땄다. 이번 올림픽에서 펜싱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바로 '한국스타일'이다.

① 한국스타일 펜싱='발' 펜싱

한국 선수들은 유럽 선수들에 비해 키와 체격이 작다. 특히, 팔이 짧아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더 빨리 움직이는 '발 펜싱'을 도입했다. 이후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 선수들은 외국 선수가 한 걸음 움직일 때 두세 걸음을 더 달리기 시작했다. 1분 당 스텝수는 최대 80회로 유럽 선수들의 2배 수준이다. 빠른 스텝을 이용해 1초 동안 무려 5m가량을 이동하기도 한다. 이번에 여자 개인 사브르 금메달은 딴 김지연(24)은 "다리가 장점이라 경기 내내 많이 움직이면서 계속 뛰었다"며 '빠른 발'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용율(49) 펜싱대표팀 총감독도 "유럽은 손동작이 빠르지만 우리는 발동작을 빨리 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 펜싱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다. 칼 놀림이 중요하니 팔 훈련도 같이 해야 한다. 전체적인 체력 증진을 위해 대표팀은 유럽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산악훈련 등을 했다.

② '발'을 기본으로 한 '지략' 펜싱

펜싱은 짧은 시간에 속고 속이는 게임이다. 즉, 순간 머리를 잘 써서 상대의 허를 찔러 점수를 얻는 게 필요하다. 한국 선수들은 빠른 발을 갖추게 되면서 치고 빠지는 변칙 스타일을 구사하게 됐다. 상대방이 찌르려고 할 때 가만히 있어 상대방을 안심시킨 후, 재빨리 뒤로 빠져 반격하는 등 디스땅스(거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또 상대방을 치고 빨리 빠져 유럽 선수들의 공세를 무력화 시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김두홍 남자 사브르 코치는 "김지연은 상대방 공격에 대한 반응이 다소 늦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템포가 빨라지고, 상대방을 속이는 기술이 무척 향상됐다"고 말해 지략 펜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③ '메이드 인 코리아' 지도자

한국스타일 펜싱을 만든 건 한국 지도자였다. 펜싱은 유럽이 강세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유럽 지도자가 한 명도 없다. 비싼 돈을 들여 유럽에서 유명한 지도자를 데려와 훈련시키는 중국과는 정반대다. 한국은 10년 전 한국형 펜싱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중지가 모아지면서 유럽 지도자는 사라졌다. 대신 한국 지도자들이 한국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춰 공격·수비 연구에 돌입했다. 은퇴한 선수들이 유럽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 돌아와 한국 펜싱에 접목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유럽 스타일이 한국 선수들에게 잘 어울리지 않다는 걸 깨닫고 점점 한국 선수에 어울리는 훈련법으로 개조됐다. 그렇게 10년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김 감독은 "과거에는 우리가 함께 훈련하자고 애원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유럽 강호들이 동반 훈련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스타일 펜싱이 지금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12-08-04 일간스포츠 박소영 기자)

 

[영상] '태극기 휘날리며'!…펜싱 단체 세리모니

[영상] '태극기 휘날리며'!…펜싱 단체 세리모니
2012 런던올림픽 펜싱 남자 단체전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포효하며 태극 세리모니를 펼쳤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2012 런던올림픽 펜싱 남자 단체전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포효하며 태극 세리모니를 펼쳤습니다.

(12-08-04 SBS 뉴미디어부)

 

男 펜싱 선수들, 4강전 전날 은밀한 모임을 가진 이유는?

 

“다른 종목들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뭘 하는 거냐. 똘똘 뭉쳐서 일 내자.”

구본길(23), 김정환(29), 오은석(29·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원우영(30·서울메트로)으로 구성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이번 금메달로 대한민국은 동·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금 1개, 동 1개)의 성적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대표팀은 사실 8강전부터 결승까지 치러진 4일(한국시간) 전날 밤 다 같이 모임을 했다. 오은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젯밤 늦게까지 거실에 모여 ‘다른 종목들은 그래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뭘 하는 거냐’, ‘힘을 합쳐 똘똘 뭉치자’는 얘기를 다 같이 나눴다”고 했다. 이처럼 서로 한마음으로 ‘금빛 의지’를 다졌기에 금메달이 가능했던 것이다. 단체전에 출전한 4명의 선수는 각자 다른 개성을 가졌지만 함께했을 때 더 많은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경기 전날 함께 모여 정신적인 부분이나 경기력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이 8강부터 결승까지 치르면서 큰 도움이 됐다.

오은석은 “8강에서 독일을 이기고 나니까 몸이 풀리기 시작해 몸이 날아다닐 것 같았다”며 “사실 김정환이 초반에 안 좋으면 일찍 투입될 예정이었는데 다 좋아서 저는 안 뛰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서운 신예’ 구본길은 “개인전에서는 부진했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너무나 기분이 좋다”면서 “형들이 유럽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공격적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해줬는데 실제로 그랬다”고 말했다.

김정환 역시 “1년에 몇 번 안 오는 운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선수 4명 모두 몸 상태가 최고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김정환은 “유럽 선수들은 팔심이 좋고 경기운영 센스가 뛰어나지만 우리를 못 따라오는 게 다리의 빠른 움직임과 체력”이라며 “다른 대회에선 이런 장점을 잘 이용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잘하는 걸로 확실히 승부를 보자고 서로 다짐했고, 독하게 그것만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12-08-04 세계일보 권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