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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北 관련 공동성명 첫 채택…당국회담 영향은

Smart Lee 2015. 10. 19. 01:04

한미정상, 北 관련 공동성명 첫 채택…당국회담 영향은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워싱턴=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10.17 srbaek@yna.co.kr

 

한미정상회담이 북한에 관한 정상차원의 첫 공동문서인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채택과 함께 마무리되면서, 남북 당국회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은 그동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관망하면서 8·25 합의 사항인 당국회담 개최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측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과 한미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으로부터 20시간 뒤 외무성 성명을 냈지만,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 외무성은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를 조성해 당면한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핵 군비 경쟁도 종식시킬 수 있고, 평화를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며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이는 북측이 아직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어떻게 밝힐지 고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의 북한 관련) 내용 자체는 기존에 하던 것을 다시 강조한 수준이나, (공동성명 채택 등) 비중 측면에서 생각보다 강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까닭에 북측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중하고 고민이 있다는 것은 북측이 남북관계의 판을 곧장 걷어차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미정상 악수
한미정상 악수 (워싱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악수하고 있다. 2015.10.17 uwg806@yna.co.kr

 

하지만 당국회담과 관련해 당장 가시적 진전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섰을 때의 보상이 너무 간단한 측면이 있다"며 "당국회담과 관련해선 북한이 기존의 소극적 자세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양국 정상은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적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대북 제재의 해제와 관계개선에 관심이 있거나 비핵화에 대한 진정어린 대화 준비가 돼 있다면 우리는 대화 테이블에 바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공식 반응과 20∼26일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진행상황 등을 살펴본 뒤에야 당국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측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대응 시점과 수위를 내부 조정 중인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해 관계복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도 협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에 격렬히 반발하며 행동을 예고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 먼저 남북관계를 깨뜨린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라면서 "오늘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향후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2015-10-18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외신들 "박 대통령 방미로 '중국 경사론' 약화"

회담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연합뉴스)
회담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고 미국과 멀어진다는 이른바 '중국 경사론'이 약화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분석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이 불참한 최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 사실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에게 이번 방미가 미국의 우려를 완화시킬 기회라고 전했다.

 

NYT는 중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친밀함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필수적인 동맹을 강화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다른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박 대통령의 방미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에 도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장면이 일부에게는 거슬릴 정도로 단적인 이미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으로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의 심기가 불편했다고 상황을 소개했다.

WP는 미국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공개 비판한 적은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의 동맹 강화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미 테리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담당 분석관은 WP에 "박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중국과의 전략을 분명히 표현할 기회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방미 행보 전하는 미국 신문 (워싱턴=연합뉴스)
박 대통령 방미 행보 전하는 미국 신문 (워싱턴=연합뉴스)

 

중국 관영 언론도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외교연구실의 위안정(遠征) 주임은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내에는 미국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인식이 있다"며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그런 인식을 불식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 주임은 "있는 힘을 다해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방미 목적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와 일치한다"고 해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 경사론의 불식을 박 대통령 방미의 특색으로 거론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오바마 대통령이 상호 양보를 촉구했다는 점을 따로 강조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석간 1면의 머리기사의 제목으로 '북한의 핵 해결을 위해 한미일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일본 관계복원을 강하게 요구해 한국이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일본 외부성 간부의 말, "이웃 정상끼리 회담하지 않는 이상한 상태가 겨우 해소됐다"는 일본 정부 고위관리의 말 등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겠다는 의욕을 비친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16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워싱턴=연합뉴스)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워싱턴=연합뉴스)

 

 

(2015-10-17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美 외교안보라인 총출동… 북핵, 통일 등 현안 '풀코스 회담'

박 대통령 방미 결산

한미 정상 점심 겸해 오찬회담 등

예정시간 넘긴 150분 터놓고 대화

"오바마와 정 많이 들었다"

"박 대통령 비전에 감명 받아"

두손 맞잡고 돈독한 동맹 과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잇따라 가진 뒤 두 손을 마주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돈독한 신뢰와 우정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이 국빈 방문이 아닌 공식 실무 방문이었던 만큼 화려한 예우나 깜짝 이벤트는 없었지만, 두 정상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북한 비핵화와 한미 동맹 강화 문제 등 핵심 현안에 초점을 맞추어 터놓고 대화했다.

 

예정보다 40분 길어진 정상회담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점심 식사를 겸한 확대 오찬회담, 공동기자회견 등을 하며 두 시간 30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된 30분보다 40분이나 길어져 1시간10분 간 이어졌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8일 “두 정상은 시간을 상당히 초과하면서까지 북핵ㆍ북한 문제와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 동북아 지역 문제 등에 대해 매우 심층적 협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거의 모두 배석했다. 청와대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잭 류 재무장관, 애쉬턴 카터 국방장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켄 국무부 부장관 등이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대규모 배석은 매우 드문 경우로, 미국이 한미 관계에 얼마나 높은 비중과 관심을 두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존 케리 국무부장관은 유럽 출장으로 불참하는 대신 14일 박 대통령이 주최한 ‘한미 우호의 밤’ 만찬에 참석해 박 대통령에게 회담 불참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국무회의실 격인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겨 39분 간 확대 오찬회담을 가졌다. 순차 통역으로 진행된 정상회담과 달리 확대 오찬회담은 동시 통역으로 진행돼 실제로는 80분 넘게 회담을 가진 효과를 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어 두 정상은 백악관에서 가장 넓은 공간으로, 대연회장으로 쓰이는 이스트룸에서 약 40분 동안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백악관 경내를 나란히 산책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친분을 더욱 두텁게 쌓는 시간이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정(情)이 많이 들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미동맹에 금이 간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한 목소리로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정이 많이 들었다”고 친밀감을 내보였다. “한국에는 ‘자주 만나면 정이 든다’는 말이 있는데, 네 차례의 정상회담과 다자회의 조우 등을 통해 자주 본 두 정상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였다. 같은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계속 만나면서 박 대통령의 명확한 비전에 감명 받았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박 대통령은) 미국의 훌륭한 파트너일 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 포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주도해 나갈 분”이라며 “그런 박 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한미 동맹은 우리 두 사람의 우정,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우정 덕분에 더욱 강해졌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두 손을 맞잡고 악수해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회견장을 나갔다.

 

(2015-10-18 한국일보 최문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