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남=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공항서 '스텝 삐긋' 교황 부축 제스처 등 시종일관 배려
우산없이 가랑비 맞으며 청와대 본관서 교황에게 인사
교황, 방명록에 "평화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나라 환대에 감사"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각별한 예우를 갖춰 한국 땅을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했다.
꽃다발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꽃다발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남=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종교 지도자이고, 고령(한국 나이로 79세)인 점을 고려해 세심한 측면까지 신경을 써가며 교황을 영접했다.
박 대통령이 공항으로 직접 나가 외빈을 맞이한 것도 취임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에서 열린 영접 행사에서 교황의 사제복인 흰색 수단(Soutane)에 맞춰 연분홍빛 상의와 회색 바지 정장을 차려입고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이 비행기에서 내려 레드 카펫 위에 올라서자 박 대통령은 "비엔베니도 아꼬레아(Bienvenido a Corea.한국에 오셔서 환영합니다)"라며 간단한 스페인어로 환영 인사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고, 교황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배려를 느끼고 있다"고고 화답했다.
선물보는 박 대통령과 교황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선물교환을 한 뒤 감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화목문(花木紋.꽃·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 액자를 교황에게 선물했으며 교황은 바티칸의 전경이 그려진 액자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제공) dohh@yna.co.kr |
두 사람은 3분간 인사말을 나눴고, 교황은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박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교황이 사열 중 잠시 스텝이 꼬인 듯 휘청거리자 교황을 가볍게 부축하는 제스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또 교황이 환영을 나온 일반 신도 대표들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들과 인사를 하자 박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채 교황의 뒤를 따르는 등 교황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 정상연설 행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깍듯하게 교황을 예우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교황이 탄 소형차가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박 대통령은 쓰고 있던 우산을 치우고 교황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관행을 벗어나 고령의 교황을 세심히 배려하는 의전을 선보였다. 원래 청와대 환영식에서는 정상들이 의장대를 직접 돌게 돼 있으나 이번에는 의장대가 대정원을 한 바퀴 돌면서 분열 행사를 하도록 한 것이다.
자리 안내하는 박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
이에 교황은 방명록에 "다채로운 전통이 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전파하는 따뜻한 나라의 환대에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본관에서 20분간 면담한 뒤 선물을 주고받으며 친교를 다졌다.
박 대통령은 화목문(花木紋.꽃·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를 액자(가로와 세로 각 57 센티미터)에 넣어 교황에게 선물했다. 백색 명주에 서른가지 색깔의 실로 꽃, 나무, 새를 수놓은 보자기로, `모든 인류를 애정으로 감싼다는 교황의 큰 뜻이 보자기 기능과 상통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에 교황은 로마의 도시 전경을 구리판에 새겨 인쇄한 로마대지도 동판화 액자(가로 208 센티미터, 세로 184 센티미터)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새천년이 시작된 지난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했고, 바티칸 도서관에서 이를 기념해 교황에게 헌정한 작품이라고 한다. 모두 300장으로 한정 제작했는데, 교황은 그 가운데 한 작품을 선물로 골랐다.
악수하는 교황과 박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방한중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상연설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아울러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평화는 수고할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잃는 것"이라는 스페인어 구절을 인용하며 교황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고, 교황은 "희망은 기프트(Gift.선물)"라고 화답했다.
본관 엘리베이터 앞에 선 교황이 "레이디 퍼스트"를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먼저 타시라. 교황님은 다르시다"며 정중하게 양보했다.
또 "시차 적응에 보통 3일이 걸린다"는 교황의 말에, 박 대통령은 교황의 4박5일 방한 일정을 감안한 듯 "시차에 적응되면 바로 떠나셔야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진 정상연설 행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연설에 나선 뒤 교황이 영어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띤 채 교황의 말씀을 경청했고, 연설 후 행사장에서 나가는 길을 안내했다.
아울러 이날 연설 행사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도 참석해 3부 요인이 교황을 예우하는 형태를 갖추는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2014-08-14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